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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경환 Aug 22. 2023

불신자의 깐족거림


“내가 진실로 진실로 너희에게 말하노니 나는 양의 문이라” 요한복음 10장 7절이다. 나는 기독교신자는 아니지만, 미션스쿨을 다녀 성경이 낯설지는 않다. 중학 시절 영어공부한답시고 영어성경반을 들락거리기도 했었다.


신앙심이 얕아서였던지 당시 나는 의심이 좀 많았었다. 왜 예수는 말을 할 때 “진실로”라고 한 것일까, 따위다. 특별히 강조하고자 할 때 그런 표현을 썼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그래도 그 강조가 썩 내키지 않았었다. ‘굳이 그렇게까지 강조하면 다른 말들에는 진심이 담겨 있지 않다는 말 아닌가’ 하고 말이다.


그런데 원문을 보니 “I tell You the truth I am the gate for the sheep”이다. 거칠게나마 직역을 하면 “나는 내가 양을 위한 문이라는 진실을 너희에게 말한다” 정도가 될 것이다. 나는 이런 번역이 좀 더 나아보인다. 이것이 ‘~라는 진실’, 곧 ‘말씀’의 내용을 강조한 것이라면, ‘~진실로 말한다’라는 표현은 ‘말씀’의 행위를 강조한 것일 게다. “진실로 진실로”라고 두 번이나 쓴 것은 후자에 방점을 찍은 것이다. ‘하나님의 아들 예수’가 얼마나 의심을 많이 받았으면 그랬을까 이해가 가기는 하지만, 그래도 진실은 그 내용에 들어있지 말하는 방식에 있지 않다는 게 어릴 때부터 지금껏 가져온 내 어설픈 생각이다. “I tell you the truth”를 ‘감흥여격’이라 하여 교훈을 강조할 때 흔히 문두(文頭)에 사용하는 관용적인 표현의 일종이라고 하는 모양인데, 히브리어나 헬라어에는 어떻게 돼 있는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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