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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경환 Aug 23. 2023

처서(處暑)


‘處’에는 ‘처하다’, ‘머물다’의 뜻 말고 ‘그치다[止]’, ‘숨다[隱]’, ‘물러나다[退]’의 의미가 더 들어있다. ‘처서’에서는 뒤의 것을 적용해, 여름이 끝나간다는 의미가 된다. 그런데 두 뜻은 깊은 연관이 있다. 옛날 선비들의 소위 ‘출처관(出處觀)’이 그렇다. 뜻을 얻으면 세상에 나아가[出] 임금의 은택을 백성들에게 베풀고, 뜻을 얻지 못하면 시골에 '처하여' 혹은 '물러나'[處] 자신을 수양한다는 것이다.


각설. 처서가 되니 비가 오고 날이 선선해졌다. 정말로 여름의 끝인 것이다. 여러 절기에는 관련 속담들이 많이 있다. 처서도 마찬가지다. 잘 알려진 “처서가 지나면 모기의 입도 비뜰어진다”(처서가 지나면 더위가 꺾여 모기의 성화가 사라진다는 말이다.)만 있는 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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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처서가 지나면 풀도 울며 돌아간다 : 처서가 지나면 모든 식물은 생육이 정지되어 시들기 시작한다는 말이다.

* 처서 물은 오전 오후가 다르다 : 처서에는 주야의 기온 차에 따라 물의 온도 차가 심하므로 논에 찬물을 대는 일이 없도록 주의하라는 말이다.

* 처서 밑에는 까마귀 대가리가 벗어진다 : 마지막 더위는 까마귀의 대가리가 타서 벗겨질 만큼 심하다는 말이다.

* 처서에 난 풀이 발등을 덮는다 : 늦게 난 풀이 더 빨리 자난다는 말이다.


농민의 가장 큰 걱정 중 하나는 요맘때쯤 비가 내리는 것이다. 그래서 “처서에 비가 오면 흉년이 든다”는 속담이 생겨났다. “처서에 비가 오면 십 리 들에 천석을 감한다.”도 마찬가지다. 부디 내리는 비가 빨리 멈추어 오곡백과가 우렁우렁 살지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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