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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경환 Aug 21. 2023

속수무책

"어떤 진실된 심적 단련이나 정신의 드높은 비상을 즐기기에 해변은 너무 따뜻하고 축축하고 부드럽다. 그런 데서 사람들은 속수무책이다. 사람들은 기대에 부풀어 책과 원고지와 회답이 늦어진 편지와 심을 잘 다듬은 연필과 작업 목록 그리고 훌륭한 의욕까지를, 색이 바랜 마대 가방에 툭 불거지도록 잔뜩 집어넣고 그곳으로 간다. 하지만 책장은 들추어보게 되지도 않고 연필심은 부러지고 원고지 꾸러미는 구름 한 점 없는 하늘처럼 고스란히 내동갱이쳐져 있다. 책을 읽는다거나 글을 쓴다는 것은 물론이고 사색에 잠기는 일마저도 불가능하다."(1955년 어느 수필가의 글)


제주의 그 속수무책 속으로 다시 들어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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