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진실된 심적 단련이나 정신의 드높은 비상을 즐기기에 해변은 너무 따뜻하고 축축하고 부드럽다. 그런 데서 사람들은 속수무책이다. 사람들은 기대에 부풀어 책과 원고지와 회답이 늦어진 편지와 심을 잘 다듬은 연필과 작업 목록 그리고 훌륭한 의욕까지를, 색이 바랜 마대 가방에 툭 불거지도록 잔뜩 집어넣고 그곳으로 간다. 하지만 책장은 들추어보게 되지도 않고 연필심은 부러지고 원고지 꾸러미는 구름 한 점 없는 하늘처럼 고스란히 내동갱이쳐져 있다. 책을 읽는다거나 글을 쓴다는 것은 물론이고 사색에 잠기는 일마저도 불가능하다."(1955년 어느 수필가의 글)
제주의 그 속수무책 속으로 다시 들어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