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59년에 지어진 민란가사 <민탄가民歎歌>는 아직 주석서가 나오지 않아 읽어내기가 상당히 어렵다.
그 한 구절은 이렇다.
“용지무처(用之無處) 쇼를 하니 거폐생폐(去弊生弊) 그 아닌가”
어려운 말들이 연이어 나오고 있다. 특히 “쇼”가 무엇을 말하는지 정확히 잘 모르겠다. 그런데 이 작품의 일부를 소개한 어느 잡지의 주석은 이렇다.
“쇼(show)의 뜻으로 보이며, 여기서 이 작품의 필사 시기가 이러한 외래어의 수용 이후임을 알 수 있다.”
일언이폐지하고, 한마디로 좀 딱하다. 원본을 찾아보니 "쇼"가 아니라 "소"이다.
우선 "용지무처(用之無處)"는 반드시 필요한 곳이 아닌 데에 돈을 쓴다는 말이다. 그렇다면 다음에 나오는 "소"는 문맥상 '쓰다'. '없애다'. '소비하다'의 의미를 지닌 '소(消)' 아닌가 한다. 물론 좀 어색한 조어법이기는 하지만, 이 추측이 맞다면 이 구절은 '필요하지도 않고 급하지도 않은 데에 돈을 마구 써서 없앤다'는 말이 된다.
그 다음에 나오는 "거폐생폐(祛弊生弊)"는 '폐단을 없애려다 도리어 새로운 폐단이 생겨난다'는 말이다.
이렇게 해서 가렴주구를 일삼는 당시의 수령을 비판하고 있었다고 보는 게 합리적이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