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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경환 Dec 12. 2023

반복소인(反覆小人)


잠깐 개었다 다시 비오다, 비오다 또 개누나(乍晴還雨雨還晴)

하늘의 도도 그러하거니 하물며 세상의 인정이겠는가(天道猶然況世情)

나를 칭찬하는가 하면 어느새 나를 헐뜯고(譽我便應還毁我)

이름을 피하는가 하면 문득 이름 구한다(逃名却自爲求名)

(김달진 역)


김시습의 〈사청사우(乍晴乍雨)〉라는 시의 일부이다. 맑다가 비오고 비오다 맑아진다는 뜻이다. 힘이나 권세가 있을 때는 아첨하여 좇고, 그것이 없어지면 푸대접하는 세상의 인심, 곧 염량세태(炎涼世態)의 현실을 질타하고 있다.


‘질타(叱咤)’란 잘못한 일에 대해 큰소리로 꾸짖는다는 말이다. 이건 그렇게 할 수 있는 내공이 있는 사람이나 할 수 있는 일이다. 나 같은 범인(凡人)은 흉내도 내지 못할 경지다. 그저 비난하고 욕하는 것으로 질타를 가장할 뿐이다. 그래서 소인배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소인배의 장기 중 하나는, 평가의 기준을 그때그때 달리한다는 점이다. 그만큼 상황판단이 빠르고 영악스럽다. 특히 이중잣대는 그의 생리다. 조선 후기 가사 〈우부가(愚夫歌)〉는 “남촌한량 개똥이”를 “승기자를 염지하니 반복소인 허기진다”고 질타한다. “승기자(勝己者)”는 자기보다 나은 사람이고, “염지(厭之)”는 싫어한다는 뜻이며, “반복소인(反覆小人)”은 말과 행동을 이랬다저랬다 하는 옹졸한 사람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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