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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경환 Dec 12. 2023

인연이라는 것


<무문관(無門關)>에 "종문입자부시진가(從門入者不是家珍), 종연득자시종성괴(從緣得者始終成壞)"라는 말이 나온다.


어느 스님은 "문을 통해 들고 나는 것은 잡스런 것들이요, 인연을 통해 얻은 것은 마침내 부서지고 말 것이다.”라고 풀었지만, 마지막의 "성괴(成壞)"는 "성주괴공(成住壞空)"을 줄인 말로, 불교의 시간관인 사겁(四劫)과 관련이 있다.


사겁은 성겁(成劫), 주겁(住劫), 괴겁(壞劫), 공겁(空劫)을 줄여서 말할 때 쓰는 말이다. 불교에서 우주가 시간적으로 무한하여 무시무종(無始無終)인 가운데 생성소멸 변화하는 것을 설명하는 개념이다.


불교의 심연을 알지 못하는 나 같은 자에게 "종연득자시종성괴(從緣得者始終成壞)"는 인연이란 마치 생로병사(生老病死)처럼 결국 그렇게 헛된 것이라는 의미로 받아들인다.


근래 이 말이 절절하게 다가온다. 성경의 말대로 "헛되고 헛되며 헛되고 헛되니 모든 것이 헛되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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