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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경환 Dec 14. 2023

저녁의 운산


제자들이 '최고의 인간'에 대해 부처에게 묻자 부처는 이렇게 대답했다. "그는 미래에도 지나친 기대를 걸지 않으며, 과거를 뒤돌아보며 슬퍼하지도 않는다. 그는 감각의 대상을 저만치 떨어져서 바라본다. 그리고 그는 어떤 편견에도 끌려가지 않는다."(<숫타니파타>)


나는 미래를 걱정하지만, 그렇다고 구체적으로 뭘 준비하지는 않는다. 그렇다고 ‘카르페 디엠(carpe diem)’이니 ‘시즈 더 데이(seize the day)’니를 추구하지도 않는다. 장기하처럼 “별일 없이 산다”고도 할 수 없다. 그저 이러구러 살아간다. 더 늙어서 좀 편안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부처는 부정(否定)의 대상으로 노여움, 두려움, 후회, 덜렁댐, 집착, 탐욕, 속임, 인색, 오만, 증오, 이간질, 쾌락, 이익추구, 식도락, 비교, 구속 등을 꼽는다. 나는 그 어느 하나에서도 약간이나마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편안히 살기를 바라니, 이보다 심한 자가당착이 없다. 이율배반에 자기모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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