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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경환 Dec 14. 2023

박제가와 이덕무


정조 16년인 1792년, 박제가는 나이 마흔 셋에 부여 현감이 된다. 그 해에 부인상을 당하고, 다음 해 동료인 ‘책만 보는 바보[서치(書癡)]’ 이덕무가 죽고, 이어 부여현감에서 파직된다. 정조의 문체반정에 걸린 것이다.


그의 문집인 『정유각집(貞蕤閣集)』에 부여 관련 시가 열 대 편 보인다. 과문한 탓에 부여 생활 중 처음 보는 시들이다. 그 중 하나 “입춘에 부여 관사에서(扶餘縣齋立春)”를 읽어 본다.


현령 자리 별 생각 없는데 / 縣紱無情緖

타향에서 또 봄을 맞는구나 / 殊鄕又一春

오늘 아침 눈 석자나 쌓여 / 今朝三尺雪

땅 속 묻힌 이 간절히 생각나네 / 深念地中人


‘땅 속 묻힌 이’는 이덕무를 말한다. 부여에서의 삶이 쓸쓸한 차에 마음 알아주는 벗마저 잃은 그 마음 언저리가 손에 잡힌다.


그런데 이덕무가 이서구에게 보낸 편지에 박제가를 욕하는 얘기가 나온다. 이덕무는 단것을 좋아해 벗들이 단것을 보면 대개 가져다 주었는데, 먹보인 박제가만은 단것을 먹으면서 자기에게는 주지도 않았을 뿐더러 수시로 훔쳐먹곤 했으니 박제가를 대신 좀 꾸짖어 달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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