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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경환 Dec 18. 2023

보다[視]


“군자는 아홉 가지를 생각한다. 볼 때는 분명한가 아닌가를 생각하고, 들을 때는 분명하게 알아들었는가를 생각하고, 얼굴의 표정은 온화한가 아닌가를 생각하고, 몸가짐은 공손한가 아닌가를 생각하고, 말할 때는 충실한가 아닌가를 생각하고, 일을 처리할 때는 경건한가 아닌가를 생각하고, 의문이 들 때는 누구에게 물어야 할 것인가를 생각하고, 화가 치밀 때는 어떤 후환이 생길까를 생각하고, 재물을 보고서는 의로운 것인가 아닌가를 생각한다.”


공자의 말이다. 두 번 나오는 “분명하다” 원문은 “명(明)”과 “총(聰)”이다. 합해서 ‘총명하다’로 흔히 쓰이는데, 그것은 ‘보거나 들은 것을 오래 기억하는 힘이 있음’을 말한다. 오래 기억하려면 분명히 보아야 한다. 분명하다는 것은 ‘모습이나 소리 따위가 흐릿함이 없이 똑똑하고 뚜렷하게’, ‘태도나 목표 따위가 흐릿하지 않고 확실하게’, ‘어떤 사실이 틀림이 없이 확실하게’ 등의 뜻을 지니고 있다. 뭔가를 본다는 것은 분명하게 본다는 말이지 본 듯 안 본 듯, 보이는 듯 말 듯하다는 것이 아니다. 아는 것도 마찬가지다. 알면 아는 것이고, 모르면 모르는 것이지, 아는 것도 아니고 모르는 것도 아닌 것은 결국 알지 못한다는 뜻이다. “아는 것을 안다고 하고 모르는 것을 모른다고 하는 것, 그것이 앎이다.”


나는 이 아홉 가지의 요구 모두에 자신이 없지만, 특히 “화가 치밀 때는 어떤 후환이 생길까를 생각하”지 못하는 것이 제일 불안하다. 요즘은 많이 자제하지만, 젊어서는 뒷일은 거의 생각지 않고 일단 욱하고 보았다. 그래서 손해도 많이 보았고 후회도 많았다. 그러나 그래서 여기나마 겨우 왔는지 모른다. 그런데 “재물을 보고서는 의로운 것인가 아닌가를 생각”하는 것에는 약간 자신이 있다. 재물을 보면 일단 눈이 벌게지는 치들을 마음껏 비웃어도 켕기지 않는다. 그 덕에 아직 내집이 없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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