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국 죄인(推鞫罪人) 정상채가 홍경래(洪景來)는 죽지 않았다느니, 서적(西賊)은 진승(陳勝)ㆍ오광(吳廣)의 부류에 지나지 않는다느니, 병화(兵禍)가 해도(海島)에서 일어났는데 진인(眞人)은 바야흐로 홍하도(紅霞島)에 있으며 성명은 정재룡이라느니, 도당(徒黨)을 모아서 명첩(名帖)을 도중(島中)에 써서 보냈다느니, 군복(軍服)에 대한 일로 면포를 사온다느니, 혜성(彗星)이 자주 나타나고 천구(天狗)가 은하(銀河)를 범하였다는 등의 말을 지어냈다."
<순조실록> 순조 26년 병술(1826, 도광)
10월 27일(을해)의 기록이다. 정상채는 홍경래난 이후 홍경래는 죽지 않고 도망쳐 어딘가에 있다는 '홍경래불사설'을 주장하고, 정재룡(鄭在龍)이라는 진인(眞人)이 곧 우리를 구원하러 온다고 하면서 홍경래난의 부활을 꿈꾸는 소위 '유언비어'를 유포한 사람이다.(鄭은 정감록의 정도령, 龍은 장수, 진인은 일종의 메시아와 연관 있음)
그를 붙잡아 심문한 기록이 반역 등 중대죄인의 심문기록인 <추안급국안(推案及鞫案)>에 실려 있다. 오래 전부터 읽고 싶었지만, 이두 등으로 표기한 관계로 보지 못했다. 근래 90권이 번역되어 나오면서 마침내 보게 되었다.
정상채는 당시 마흔 살이었다. 거의 한 권(81권)에 걸쳐 심문한 기록이 생생하게 드러나고 있다. 19세기 민란과 관련된 저간의 사정을 그 어느 기록보다 자세히 전하고 있다. 요즘 콘텐츠 좋아하니, 소설이나 영화 혹은 드라마 몇 편 나올 수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