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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경환 Dec 28. 2023

흑백흑백업(黑白黑白業)


최근에 구입한 어느 불교용어 사전을 보니 이런 말이 나온다. "사업(四業) 가운데 하나. 욕계의 선업은 선하지만 악이 섞여 있으므로 흑백이라하고, 과보도 선한 과보이지만 선하지 못한 것도 섞여 있으므로 흑백흑백업이라고 한다."


그런데 "사업(四業)"이 무엇인가 궁금해 찾아보니, 등재되어 있지 않다. 간단히나마 "지은 행위와 그것에 대한 과보를 네 가지로 나눈 것"이라 설명해 놓았으면 좋았을 것이다. 어떤 사전을 보다가 또 다른 사전을 찾아 보아서야 그것을 사전이라 할 수 있겠나.


다른 사전에서 '사업'을 찾아보니, 흑흑이숙업(黑黑異熟業), 백백이숙업(白白異熟業), 흑백흑백이숙업(黑白黑白異熟業), 비흑비맥무이숙업(非黑非白無異熟業)이라 하고, 각각에 대해 간략히 설명하고 있다.(물론 다른 종류의 '사업'도 부가해 설명하고 있다.)


위에서 본 "흑백흑백업"은 "흑백흑백이숙업"인 것 같은데, 그건 "선과 악이 혼합된 행위를 하여 받는 즐거움과 괴로움의 과보"라고 한다.


한편 '사업'은 각각의 끝에 "이숙업(異熟業)"이라는 말이 공통으로 들어가는데, "이숙"은 과보(果報)나 아뢰야식(阿賴耶識)을 뜻하기도 하지만, 원인과는 다른 성질로 성숙된다는 뜻이다. 참고로 아뢰야식은 설명하기가 쉽지 않은 말로 "과거의 인식, 행위, 경험, 학습 등에 의해 형성된 인상, 잠재력, 곧 종자(種子)를 저장하고, 육근(六根)의 지각 작용을 가능케 하는 가장 근원적인 심층의식"이라고 한다.


다시 '종자'니 '육근'이니를 찾아봐야 하겠는데, 그러다 보면 소위 꼬리에 꼬리를 물고 끝없이 들어가야 한다. 어떤 경우에는 무한 반복의 늪에 빠지게도 된다.


각설. 저 어려운 말들이 가르치는 바는, 탐욕이 들끓는 이 욕계에서는 무엇이 선이고 무엇이 악인지 선명하게 구분해 알고 행할 수 없다는 걸 깨달으라는 말인 듯하다. 지난해 내가 선의라고 생각하고 행한 것, 상대가 내게 악한 짓을 했다고 여기고 분노한 것, 그 모두는 근거가 명확지 않다는 것이다. 보디 사바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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