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진경환 Jan 01. 2024

신년보희(新年報喜)


흔히 호작도(虎鵲圖) 혹은 작호도(鵲虎圖)로 알려진 이 그림의 주제는 '새해 기쁨을 알린다'는 뜻의 '신년보희'를 표현한 것이다. 이 그림은 세화(歲畵), 곧 새해를 축하하고 복이 들어오라 문에 걸거나 붙이는 또는 선사하는 그림의 하나이다.


호작도는 원래는 '표작도(豹鵲圖)'라고 해야 옳다. ‘표’는 표범이고, ‘작’은 까치다. 그림을 잘 보면 호랑이처럼 길게 무늬가 있기도 하고 표범같이 점박이가 보이기도 한다. 그런데 호랑이든 표범이든 모두 ‘범’이기는 마찬가지다.

.

표범은 중국어로 豹[bao]인데 그 발음이 ‘보(報)’와 같다. 즉 알린다는 말이다. 그리고 까치는 중국에서 대개 ‘희작(喜鵲)’으로 쓴다. 즉 ‘기쁘다’는 뜻을 내포하고 있다. 참고로 소나무는 화투에서 솔이 숫자 1[송학(松鶴)]이 되는 데서 보듯이 대개 ‘새해[정월]’라는 의미와 관련이 있다. 그렇다면 소나무가 배경이 되는 ‘호작도’는 새해 기쁨을 알린다는 의미를 그림으로 그린 것이 된다.


이런 것은 혼인 그림에서 오리 두 마리와 버드나무를 그리는 이유와 다. ‘오리[鴨]’에는 ‘갑(甲)’이라는 글자가 들어 있는바, 갑은 1등을 의미하기도 한다. 과거에서 장원급제하라는 것이다. 두 마리인 이유는 소과와 대과를 동시에 합격하라는 뜻이다. ‘버드나무[柳]’는 석류를 의미하는 ‘류(榴)’와 음이 같다. 석류는 씨가 많으니 다산의 상징이다. 그러니 저 그림은 혼인 후에 자녀도 많이 낳고 과거에 급제해 출세하라는 기원을 담은 것이다.


그런데 한국미술, 특히 민화를 전공하는 정*모 교수는 이상하게 설명한다. 까치는 민중이고 호랑이는 권력자의 상징이라는 것이다. 까치는 영민하게 나오고 호랑이는 ‘종이호랑이’라는 말처럼 우스꽝스러운 모습으로 나오는 것을 보면, 그 그림에서 권력에 대한 민중의 조롱 혹은 저항 같은 것을 읽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저 그림을 주로 양반가에서 정초에 세화(歲畵)로 주고받은 풍습은 어떻게 설명할 수 있나? 양반끼리 저 그림을 선사하면서 권력자를 풍자하고 조롱했다고? 그림을 풍습과 관련해서 읽지 않을 때 생기는 문제다.


작가의 이전글 묵은세배와 도소주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