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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경환 Jan 02. 2024

덕담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라고들 덕담을 나눈다. 이것은 희망이자 축원(祝願)의 말이다. 그런데 원래 덕담은, 굳이 하자면 “새해 복 많이 받으셨다지요”라고 하는 거라고 한다. 출산을 앞둔 이에게는 ‘건강한 아이 낳아 행복하겠다’, 승진을 고대하는 이에게는 ‘승진 축하하네’, 합격을 기원하는 사람에게는 ‘합격 축하합니다. 승승장구하십시오’, 돈 벌기를 노심초사하는 이에게는 ‘부자 되셨다면서요’ 등으로 기원이 이미 이루어졌음을 인정하는 방식이었다는 것이다.


최남선에 따르면, 덕담은 말에 영적인 힘이 있다는 ‘언령관념(言靈觀念)’에 따른 것이다. 옛 사람들은 소리 혹은 말에 신비한 능력이 들어 있어 ‘무엇이 어떻다’고 하면 그 말속에 그대로 실현되게하는 영력(靈力)이 있다고 믿었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지금 꼭 그렇게 하자는 건 아니다. 다만 그런 의미가 들어 있었다는 것은 알아둬도 좋겠다는 뜻이다. 덕담이 너무 상투적이고 요식적으로 되어 가는 것 같아서 한 마디한 것이다.


아래는 근거 두 가지다.


<1> <조선상식>(최남선) : 새해에 친지가 서로 만나서 해가 바뀌었다[換歲]는 인사를 하고, 이어 생자(生子)․득관(得官)․치부(致富) 내지 상대방에게 알맞은 반가울 말을 들려주는 것을 덕담이라 하니, 신년의 덕담은 ‘이제 그렇게 되라’고 축원하는 것이 아니라, ‘벌써 그렇게 되셨다니 고맙습니다’라고 경하함을 특색으로 한다. 이를테면 “금년에는 부자가 되셨다지요.”하는 유이다. 각 가정간에는 서로 사람을 보내어 전갈로써 덕담을 교환하며, 멀리 떨어져 있는 사람들 사이에는 서한으로 덕담함도 널리 행하는 바이다. 이 덕담에는 대개 두 가지 원시 심리적 근거가 있으니, 첫째는 언령관념(言靈觀念)이다. 고인(古人)은 인류의 성음(聲音) 내지 언어에 신비한 능력이 들어 있어 ‘무엇이 어떻다’ 하면 그 말속에 그대로 실현되게 하는 영력(靈力)이 있다고 믿으니, 덕담은 곧 이러한 언령적 효과를 기대하는 것이다. 또 한 가지 근거는 점복관념(占卜觀念)이니, 고인은 만사만물(萬事萬物)에 길흉의 예조(預兆)가 있다 하여, 그것을 알려고 여러 가지 점복의 술(術)이 생겼는데, 그 중의 하나는 청참(聽讖)이라 하여 어느 일에 대하여 아침에 일어나서 맨 먼저 길에 나아가 맨 처음 듣는 인어(人語) 혹 물성(物聲)으로 미래를 짐작하는 것이었다. 여기 인하여 새해 첫머리에 처음 듣는 소리는 일년의 길흉을 점(占)할 것이라 하여 조청(鳥聽)․경청(鏡聽) 등 청참법(聽讖法)이 있는데, 사람과 사람, 집과 집 사이에 처음 교환하는 인사에 덕담을 넣음은 또한 일종의 청참적 의미를 가진 것이다. (「세시편」 '덕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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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서울잡학사전>(조풍연) : 덕담은 대개 어른 쪽이 연하자에게 주는 말이며 아주 가까운 터라면 웃어른에게도 더러 덕담을 하는 수가 있다. 결혼․아이 얻음․취직․치부, 그밖의 상대자의 행복에 관해, 덕담하는 쪽이 희망 또는 축원하는 바를 말해 주어 상대자의 기분을 좋게 해 주는 것이다. 예를 들면 대학 입학 시험을 치를 청년이라면 “올해는 아주 좋은 성적으로 원하는 대학에 합격됐다는구나”하거나 또는 “올해는 과장을 승격했다데 그려”하는 따위이다. 직접 만나지 않더라도 각 가정에는 사람을 보내서 전갈로써 덕담을 교환하는 수도 있었다. “신년의 덕담은 ‘이제 그렇게 되라’고 축원하는 것이 아니라 ‘벌써 그렇게 되셨다니 고맙습니다’라고 경하함을 특색으로 한다. 그런데 양재연의 3명의 <한국풍속지>에는 “새해에는 ‘아들을 낳으라’ 또는 ‘새해에는 소원 성취하게’ 하는 등으로 처지와 환경에 알맞는 말을 한다.”고 덕담의 성격을 설명하고 있어서 육당의 풀이와는 엇갈리고 있는데, 육당이 말하는 대로 미래의 일을 기정 사실처럼 하는 것이 옳은 덕담의 법이며 ‘그렇게 되기 바란다’는 식은 전에는 없었던 법이다. 어떤 텔레비젼에서 어린이가 어른한테 절을 하면서 ‘할아버지 만수무강하세요’라고 한 것을 보았지만, 이런 법은 없었다. 아이들은 절하고 일어서면 그만이다.(「서울의 세시풍속」 '세배와 덕담')


새해 복 많이 받으셨다니, 저도 기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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