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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경환 Jan 06. 2024

자랑질

고려말 문인이자 학자인 가정(稼亭) 이곡(李穀, 1298~1351)의 <율시>라는 시의 일부이다.


"얇은 얼음 위에서 힘센 말[馬] 자랑"이란 시구가 절절히 다가온다.


짧은 시간에 알겠노니 사람이 얼마나 소심한지 / 須臾便見人心小

얇은 얼음 위에서 힘센 말 자랑은 그만둘 일 / 尋丈休誇馬足驕

건너온 뒤 후유 하며 혼자 쓴웃음 짓나니 / 過了畏途還自笑

고향에 돌아가 민초로 늙는 것이 더 낫겠네 / 不如歸去老漁樵(이상현 역)


<시경>에 "戰戰兢兢(전전긍긍)  如臨深淵(여림심연) 如履薄氷(여리박빙)"이라는 말이 있다. "두렵고 두려워하며 삼가고 삼가라. 깊은 연못가에 서있는 것처럼. 엷은 얼음 위를 걷는 것처럼"이란 뜻이다.


자랑할 만한 자질과 내공이 있는 사람은 굳이 자랑하지 않아도 다들 자랑스러워 한다. 자질과 내공이 갖추어지지 않았으면서도 자랑을 일삼는 것을 자랑질이라 한다.


<논어>에 "회사후소(繪事後素)"라고 했다. 꾸미는 일은 바탕이 있고난 다음에나 하라는 말이다. 바탕이 없기 때문에 있는 척, 아는 척 꾸며댄다는 뜻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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