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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경환 Jan 06. 2024

평론


어떤 평문은 이렇게 시작한다.

“소설은 시간의 조형물이다. 대담하게도 이렇게 정의하려면, 시간은 대상으로 점, 선, 면, 양감, 가소성 등을 지니며 일정한 공간을 점유한다고 전제해야 한다. 최소한 그렇게 상상해야 한다. 섬세한 철학 논증은 나중을 기약하며, 차라리 시간은 소설이라는 조형적 메타포를 통해, 필수 불가결하면서도 인간의 감각에 영향을 행사하는 파상 에너지를 증폭한다. 그렇다면 소설은 시간을 인식하고, 포합하고, 구부리고, 뭉치고, 절분하고, 배치하고, 놓아 보내며, 이 모든 과제의 완결을 미루며, 그것에 신체를 부여하는 기술이다. 시간의 운동성과 생성파괴력과 대결하며 마침내 그것과 닮으려는 정념의 기획이다.”


단적으로 말해서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 꼭 이렇게 어렵게 써야 하는가. 아무리 제멋에 산다지만, 독자를 좀 생각하면서 써야 하지 않을까. 무지한 놈이 제 무식은 모르고 성만 낸다 하겠지만, 이건 좀 심하다.


말 나온 김에 좀더 이야기하자. 이건 그저 현학취미 혹은 속물근성,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것 같다. 자기도 잘 모르는, 혹은 아는 듯 모르는 듯 희미하고 몽롱한 상태에서 내뱉은 일종의 '낭설'에 지나지 않아 보인다. 글은 쉽고 명료하게 써야 한다. 이것이 되려면, 자신이 무엇을 알고 무엇을 모르는지를 먼저 분명히 알아야 하지 않을까?


과한 욕을 했으니, 공자님 말씀으로 위무를 해본다.

"아는 것을 안다고 하고, 모르는 것을 모른다고 하는 것, 그것이 바로 아는 것이다(知之爲知之, 不知爲不知, 是知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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