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을 고요하고 침착하게 하는 사람은 보고 듣는 것에 휘둘리지 않는 반면, 귀와 눈만을 믿는 사람은 보고 듣는 것에 한층 매달리게 되어, 마침내 큰 병이 된다."
연암의 <일야구도하기(一夜九渡河記)>에 나오는 말이다. 우리 때는 국어책에 실렸었다.
"마음을 고요하고 침착하게 한다"에 해당하는 원문은 "명심(冥心)"이다. "마음속에 깊이 새겨 둔다"는 명심(銘心)과는 다른 말이다.
나는 김수영의 "바로 본다"를 이 "명심(冥心)"의 주석으로 이해한다. "동무여 이제 나는 바로 보마 / 사물과 사물의 생리와 / 사물의 수량과 한도와 / 사물의 우매와 사물의 명석성을"(<공자의 생활난> 중)
덧. 고등학교 문학 교재 중 이 "명심(冥心)"을 글자 그대로 풀이해서 "마음이 어두운 자"로 쓰는 경우가 많다. 심지어는 이런 풀이도 과감하게 단행한다. "눈과 귀를 통해 들어오는 사물의 형상에 구애받지 않는(=마음이 어두운 자) 자는 마음의 평온을 유지할 수가 없다."
심각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