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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경환 Jan 12. 2024

시시비비

"같은 재질의 사람들끼리 이야기해야 뜻이 맞아 기뻐하게 된다. 여기서 친애하는 감정이 생겨나고 서로 간에 칭찬해 주는 소리들이 있게 된다. 이것이 바로 한 가지 재질에 치우친 사람들이 항상 범하는 잘못이다."


위 나라 조조의 인사참모였던 유소(劉邵)가 지은 《인물지》 중 '어떻게 사람을 알 것인가'에 나오는 말이다.


특정인을 지지하고 비판해야 하는 작금의 정국에서, ‘다른 의견과 반감, 그리고 어긋남’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일 것이다. 생각이 비슷한 사람들끼리 친애하는 감정이 생겨서 서로 칭찬하는 것도, 반대로 생각이 다른 사람을 욕하고 비난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문제는 그것이 생산적인 의미를 만들어내지 못한다는 것이다.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상대를 치지도외하거나, 의견이 다른 이들은 모두 적이라고 공격하면 결국 파탄만 올 뿐이다. 더구나 겉으로는 의견이 다른 이들을 인정하는 듯한 표정을 짓지만 속으로는 대단히 반감을 가지고 참혹하게 '응징'을 해대는 이야말로 더욱 곤란하다.


다시 문제는 무엇이 과연 생산적인 의미인가 하는 점이다. 그것을 여기서 한마디로 정리해서 말하기는 어렵다. 다만, 그것이 시시비비를 분명히 가르는 것에서 비롯한다는 점만은 분명해 보인다. 물론 대단히 어려운 일이다.


김삿갓은 〈시시비비〉라는 시에서 이렇게 노래했다.


是是非非非是是   

是非非是非非是       

是非非是是非非   

是是非非是是非       


옳은 것을 옳다 하고 그른 것 그르다 함이 꼭 옳진 않고, 그른 것을 옳다 하고 옳은 것 그르다 해도 옳지 않은 건 아닐세. 그른 것을 옳다 하고 옳은 것을 그르다 함, 이것이 그른 것은 아니고 옳은 것 옳다 하고 그른 것 그르다 함, 이것이 시비일세.


시방, 김삿갓의 희작시보다도 못한, 너절하고도 참혹한 질식의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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