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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경환 Jan 17. 2024

균형


막스 베버는, 왜 동양에서는 자본주의가 발달하지 못했을까 궁리한 끝에, 그 근거를 <논어>에서 찾았다. 정확히는 “군자불기(君子不器)”가 그 이유라는 것이다.


군자불기는, 군자는 그릇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말이다. 신영복 선생은 그의 저서 <강의>에서 이를, 군자는 한 가지 일만 잘하는 기능인이나 전문가보다는 다방면에서 두루 능력을 갖춘 교양인이어야 한다는 요구로 해석하였다.


그런데 베버는 바로 그 이유, 곧 군자가 어떤 전문적인 지식에 자신을 가두어서는 안 된다는 이 사고 때문에 동양에서 자본주의가 발달하지 않게 되었다는 것이다. 자본주의는 전문가의 합리적 계획 아래 작업이 효율적으로 돌아가야 가능한데, 동양에서는 그것을 앞장 서 수행케 할 전문가 그룹이 형성되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베버의 주장은 그럴 듯하다. 그런데 우리의 걸음은 여기서 멈춰야 한다. 더 나아가서 “그러니(그러므로, 그래서, 이렇게 볼 때)……다” 운운하다가는 감당하기 어려운 비약을 불사하게 된다.


1980~90년 대 이른바 아시아의 6룡이 경제적으로 성장하면서, 그 이유가 무엇인가, 에 대한 논의가 활발했다. 주로 미국에서 활동하는 아시아, 특히 중국과 일본출신 학자들에 의해서다. 그들이 ‘생각’한 결론은 아시아의 전통인 유교 덕분에 이 지역 자본주의가 안정적으로 발전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대우가족”처럼, 회사와 직장을 옛 공동체의 하나로 여기고, 거기에 속한 사람들이 임금과 신하, 부모와 자식처럼 ‘인간적인 관계’를 맺고 있기 때문에 자본주의가 발전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런 구호 뒤에서 실제로 일어난 일은 노동자를 개처럼 패서 쫓아낸 “대우사태”였다.


막스 베버의 비판을 극복한다면서 중세로의 회귀를 갈구하는 괴상한 포스트모더니스트들의 난무(亂舞). 그 결과 그들은 “유교자본주의”니 “유교민주주의”니 하는 어처구니없는 개념들을 만들어 혹세무민을 서슴지 않았던 것이다.


요컨대 지식인에게 가장 우선적으로 요구되는 것은 균형감각이다. 어느 한쪽으로 우 쏠려 다니고, 누가 무슨 말을 하면 후딱 그리로 달려가서는 지식인이라 할 수 없다. 공부를 무슨 한풀이하듯이 혹은 엉터리 퀴즈 풀듯이 해서야 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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