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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경환 Jan 19. 2024

늙는다는 것

성호 이익은 “노인의 열 가지 좌절[老人十拗]”이라는 글에서 이렇게 말했다.


“노인의 열 가지 좌절이란, 대낮에는 꾸벅꾸벅 졸음이 오고 밤에는 잠이 오지 않으며, 곡할 때에는 눈물이 없고, 웃을 때에는 눈물이 흐르며, 30년 전 일은 모두 기억되어도 눈앞에 일은 문득 잊어버리며, 고기를 먹으면 뱃속에 들어가는 것은 없이 모두 이 사이에 끼며, 흰 얼굴은 도리어 검어지고 검은 머리는 도리어 희어지는 것이니, 이는 태평노인의 명담(名談)이다. 내가 장난삼아 다음같이 보충해 보았다. 눈을 가늘게 뜨고 멀리 보면 오히려 분별할 수 있는데, 눈을 크게 가까이 보면 도리어 희미하며, 지척의 말은 알아듣기 어려운데 고요한 밤에는 항상 비바람 소리만 들리며, 배고픈 생각은 자주 있으나, 밥상을 대하면 먹지 못한다는 것이다.”.


반면 다산 정약용은 “노인의 여섯 가지 즐거움[老人六快]”에서 이렇게 말했다.


“대머리가 되어 감고 빗질하는 수고로움이 없어 좋고, 백발의 부끄러움 또한 면해서 좋다. 이빨이 없으니 치통이 없어 밤새도록 편안히 잘 수 있어 좋다. 이빨은 절반만 있느니 아예 다 빠지는 게 낫고, 또한 굳어진 잇몸으로 대강의 고기를 씹을 수 있다. 다만 턱이 위아래로 크게 움직여 씹는 모양이 약간 부끄러울 뿐이다. 눈이 어두워져 글이 안 보이니 공부할 필요가 없어 좋고, 귀가 먹었으니 시비를 다투는 세상의 온갖 소리 들리지 않아 좋다. 붓 가는 대로 마구 쓰는 재미에 퇴고할 필요 없어 좋다. 가장 하수를 골라 바둑을 두니 여유로워 좋다.”


이 16개 중에서 이미 반 이상이 진행되고 있으니, 나는 아직 노인이라고 하기 아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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