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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경환 Jan 21. 2024

불안과 갈망


ask가 질문과 요구의 뜻을 동시에 가지고 있듯이, anxiety 역시 불안과 갈망이라는 뜻을 아울러 지닌다.


이종격투기인 MMA를 주도하는 UFC 선수들이 많이 입는 운동복 상표는 Affliction이다. "고통"이라는 뜻이다. 상표 이름으로는 어울리지 않는 것 같지만, 상대에게 무자비한 고통을 주겠다는 것은 상대를 불안에 떨게 해 결국 자신이 이기고 말겠다는 원망(願望)을 담고 있다고 보면, 그럴 듯하다.


"불안은 영혼을 잠식한다"라는 시적 표현으로 옮겨진 독일영화 Angst Essen Seele Auf(1974)에서 aufessen은 사실 마구 먹어치운다는 뜻이어서, 누에가 뽕잎을 갉아먹는다는 의미의 '잠식'과는 썩 어울리지 않는다. 영어 제목 Fear eats soul도 마찬가지다.


이 영화를 만든 파스빈더 감독이 마지막 작품으로 Die Sehnsucht der Veronika Voss(1982), 곧 "베로니카 보스의 갈망"을 남긴 건, 불안과 갈망의 중첩에 대한 영화적 해석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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