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k가 질문과 요구의 뜻을 동시에 가지고 있듯이, anxiety 역시 불안과 갈망이라는 뜻을 아울러 지닌다.
이종격투기인 MMA를 주도하는 UFC 선수들이 많이 입는 운동복 상표는 Affliction이다. "고통"이라는 뜻이다. 상표 이름으로는 어울리지 않는 것 같지만, 상대에게 무자비한 고통을 주겠다는 것은 상대를 불안에 떨게 해 결국 자신이 이기고 말겠다는 원망(願望)을 담고 있다고 보면, 그럴 듯하다.
"불안은 영혼을 잠식한다"라는 시적 표현으로 옮겨진 독일영화 Angst Essen Seele Auf(1974)에서 aufessen은 사실 마구 먹어치운다는 뜻이어서, 누에가 뽕잎을 갉아먹는다는 의미의 '잠식'과는 썩 어울리지 않는다. 영어 제목 Fear eats soul도 마찬가지다.
이 영화를 만든 파스빈더 감독이 마지막 작품으로 Die Sehnsucht der Veronika Voss(1982), 곧 "베로니카 보스의 갈망"을 남긴 건, 불안과 갈망의 중첩에 대한 영화적 해석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