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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경환 Jan 26. 2024

소리장도(笑裏藏刀)


“혀는 몸 베는 칼[舌是斬身刀]”인데, 그 “혀 아래 도끼가 있다[舌底有斧].”


칼과 도끼는 쎄고 강력한 무기들이지만, 무기가 반드시 그런 것만 있는 건 아니다. 그것보다 겉으로 부드러운 척하지만 속으로 살벌한 것들이 더 무서운 법이다.


'소리장도'는 웃음 속에 칼을 숨기고 있다는 말이다. 겉으로는 웃으면서 속으로는 음험한 생각을 품고 남을 해치는 자에 대한 비유이다.


그 주인공은 당 나라 이의부(李義府)라는 사람이다. 그는 겉모습은 온화하고 공손했으며 사람들과 이야기를 할 때는 즐겁게 미소를 띠었지만, 그래서 사람 좋다는 얘기를 들었지만 사실은 속이 매우 좁고 또 음험했다.


《구당서》에 이런 이야기가 전한다. '감옥에 순우(淳于)라는 성을 가진 미모의 여죄수가 있다는 말을 들은 이의부는 옥리(獄吏)인 필정의(畢正義)를 감언이설로 꾀어 그 여죄수를 석방하도록 한 후에, 그 여자를 차지해 버렸다. 후에 왕의방(王義方)이란 사람이 필정의를 고발하자, 이의부는 필정의를 윽박질러 자살하게 만들고, 그를 고발한 왕의방을 파직시켜 먼 변방으로 유배를 보냈다.'


한마디로 무섭고 악독한 사람이다. 그래서 역사에 오명을 남겼다. 요즈음 도처에 이의부들이 활보하고 있다. 분위기가 살벌하다. 어쩌다가 이런 세상이 되어 버렸는지 참담하다. '살쾡이'들이 도처에 즐비하다. [참고로 부드러운 얼굴로 사람들을 해친 이의부를 '살쾡이 같다' 하여 이묘(李猫)라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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