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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경환 Jan 27. 2024

좋은 시, 좋은 해설

 

바다는 언제나 정면인 것이어서

이름 모를 해안하고도 작은 갯벌

비껴서 가는 것들의 슬픔을 나는 알고 있지

언제나 바다는 정면으로 오는 것이어서

작은 갯벌하고도

힘없는 모래 그늘.     


권대웅 시인의 「게」전문이다. 

정끝별 시인은 이렇게 이야기한다.     


‘정공법’이라는 말, 참 좋지요? 삶의 기로에서 뭔가를 선택해야 할 때 저는 이 말을 떠올리곤 합니다. 정면으로 독대(獨對)했을 때라야 올곧게 돌파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뒤돌아보면 혹은 남들이 보면 그 선택이 옆으로 비껴 서 있었을 때가 더 많아 안타깝곤 했습니다. 시인은 그와 같은 비애를 게를 통해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름도 없고 그다지 클 것도 없고 게다가 힘도 없이 갯벌이나 모래 그늘에서 재재거릴 뿐인 게를 통해서요. 바다가 덮칠 때까지 옆으로 옆으로 전전긍긍하는 게의 모습이 바로 우리의 거울은 아닐는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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