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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경환 Jan 29. 2024

저녁의 푸념

백수가 된 후 그동안 많이 가르쳤으니 이젠 뭔가 배워보자 하고, 악기 하나 하고 외국어 하나를 배우기로 했다.


딴에는 습득력이나 이해력이 남들보다 크게 뒤떨어지지 않는다고 자부해왔는데, 그건 자만이었다. 악기는 조금씩이나마 진보는 되지 않고 늘 제자리에 머물러 있거나 하면 할수록 더 못해지는 것 같다. 소리 내는 것도 그렇지만 운지도 굼뜨기 그지없다. 특히 박자는 거의 음치 수준이다. 머리속으로는 충분히 이해하면서도 몸이 따라주지 않는다.


외국어의 경우, 클래스에서 단연 지진아임을 매시간 재확인한다. 초급반인데도 어떻게 그렇게들 잘하는지 ... 특히 숫자 읽기는 거의 죽음에 가까운데 다들 쉽게들 하니, 따라가기 참 어렵다. 자괴감이 든다.


혹시 좋아는 하지만 적성에 맞지 않는 것일까, 잠시 생각을 해보았지만, 꼭 그런  같지는 않다. 그리 싫지는 않으니 말이다. 이제 나이가 들어서 그런가, 합리화해 보지만, 나보다 더 나이든 이들도 척척 하는 걸 보니, 그건 변명일 뿐인 것 같다.


얼마 지나서 이런 푸념이 그저 한때의 너스레였음을 알게 되기를 바랄 뿐이다. 지금이 고비라 생각하고, 이 고비를 어떻게든 넘기면 앞으로 잘 되리라 위무해 본다. 비틀즈의 obladi oblada(life goes on)를 들으면서 일부로라도 명랑해져 보기로 한다.


https://youtu.be/_J9NpHKrKMw?si=Li3fzIdcoroGw0M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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