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잘 모르는 개념인데, '성과사회'라는 말을 쓰는가 보다. '규율사회'에서 성과사회로 전화되었다고 한다. 한병철에 따르면 성과사회를 규정하는 조동사는 sollen이 아니라 Können이다.
성과사회가 기초한 이 긍정성의 과잉에서 우울증이 온다는 게 에뱅베르라는 사람의 견해인가 보다. 우울증은 주도권을 쥐려는 주체가 통제할 수 없는 것 앞에서 좌초되면서 얻게 되는 병이라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우울증은 맬랑꼬리와 다르다고 한다.
알쏭달쏭하기는 하다만, 그렇다고 이해가 안 되는 건 아니다. 그런데 왜 이렇게 어렵게 설명해야 하는지 잘 모르겠다. 사회병리적인 해석으로야 그 설명이 타당할지 모르지만, 신경증은 대개 신세모순, 곧 나와 세상이 서로 맞지 않다고 여겨서 생기는 것이 아닐까?
물론 "신(身)"과 "세(世)"는 통일성을 거부한다. 경우가 모두 다를 수 있다는 말이다. 그러니 그 "모순" 역시 하나로 수렴되지 않는 건 당연하다. 오늘날 우울증의 치료는 그 차이를 무시한다. 아니 그 차이를 정치하게 설명하지 못한다. 그래서 히스테리 환자는 특징적 행태를 나타내는 데 반해 우울증 환자는 무형적이며 성격이 없는 인간이라고 주장한다. "우울증에는 아무런 중력도 없다."는 것이다.
에뱅베르가 '우울증은 비범한 사람의 멜랑꼬리가 대중화, 평등화, 민주화 한 것'이라고 말한 것은, 사실은 그 처방이 곧 약물의 과소, 그 한 가지뿐이라는 점을 말하는 것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