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춘첩

by 진경환

입춘첩이라 하면 요즘은 '입춘대길, 건양다경'만 얘기를 하는데, 《경도잡지(京都雜志)》에는 그 이외에도 다양한 입춘첩들이 소개되고 있다.


A : 대문 등에 붙이는 대련(對聯)


* 수여산 부여해”(壽如山 富如海) : 산처럼 장수하고 바다처럼 부자 되라.


* 거천재 내백복(去千灾 來百福) : 온갖 재앙은 가고 만복은 오라.


* 국태민안 가급인족(國泰民安 家給人足) : 나라는 태평하고 백성은 평안하며 집집마다 넉넉하고 사람마다 풍족하라.


* 요지일월 순지건곤(堯之日月 舜之乾坤) : 요임금 시절이요 순임금 세상이어라.


* 애군희도태 우국원년풍(愛君希道泰 憂國願年豊) : 임금을 사랑하고 도(道)가 열리길 바라며 나라를 걱정하고 풍년 들길 바란다.


* 천하태평춘 사방무일사(天下泰平春 四方無一事) : 세상은 태평시절이요 사방은 무사하다.


* 국유풍운경 가무계옥수(國有風雲慶 家無桂玉愁) : 나라에는 풍운 같이 경사 일고 집에는 가난이 없어라.


* 봉명남산월 인유북악풍(鳳鳴南山月 麟遊北岳風) : 봉황은 남산 달 아래에서 노래하고 기린은 북악 바람에 노닌다.


* 재종춘설소 복축하운흥(灾從春雪消 福逐夏雲興) : 재앙은 봄눈처럼 사라지고 복은 여름 구름 따라 일어나라.


* 유색황금눈 이화백설향(柳色黃金嫩 李花白雪香) : 버드나무는 황금처럼 아름답고 배꽃은 백설처럼 향기롭다.


* 북당훤초록 남극수성명(北堂萱草綠 南極壽星明) : 북당의 원추리는 푸르고 남극의 수성은 밝다(어머님은 근력 좋으시고 아버님은 만수무강하시라).


* 천상삼양근 인간오복래(天上三陽近 人間五福來) : 하늘에는 삼양(三陽;봄)이 가깝고 사람에게는 오복이 온다.


* 소지황금출 개문백복래(掃地黃金出 開門百福來) : 땅을 쓸자 황금이 생기고 문을 열자 만복이 들어온다.


* 계명신세덕 견폐구년재(鷄鳴新歲德 犬吠舊年灾) : 닭은 새해의 덕을 부르고 개는 묵은해의 재앙을 쫓는다.


* 문영춘하추동복 호납동서남북재(門迎春夏秋冬福 戶納東西南北財) : 대문은 춘하추동의 복을 맞이하고 방문은 동서남북의 재물을 들인다.


* 육오배헌남산수 구룡재수사해진(六鰲拜獻南山壽 九龍載輸四海珍) : 여섯 자라는 남산의 장수를 축원하고, 아홉 용은 사해(四海)의 보물을 실어 온다.


* 천증세월인증수 춘만건곤복만가(天增歲月人增壽 春滿乾坤福滿家) : 하늘에는 세월이 불어나고 인간에게는 수명이 더해지며 천지에는 봄이 가득하고 집안에는 복이 가득하다.


B. 상인방에 붙이는 단첩(單帖)


* 춘도문전증부귀(春到門前增富貴) : 봄이 문 앞에 오자 부귀가 늘어난다.


* 춘광선도길인가(春光先到吉人家) : 봄빛이 먼저 오니 집안이 길하다.


* 상유호조상화명(上有好鳥相和鳴) : 지붕 위에는 좋은 새들이 노래를 화답한다.


* 일춘화기만문미(一春和氣滿門楣) : 봄날의 따뜻한 기운 상인방에 가득하다.


* 일진고명만제도(一振高名滿帝都) : 높은 명성 한 번 떨쳐 서울 안에 가득 찬다.


덧. ‘건양다경’과 관련해서는 웃지 못할 일화가 있다. ‘건양’이 대한제국의 연호였으니, 이 말은 대한제국기 이후에 등장한 것이라고 우리 나라 최고 대학의 중문과 모교수가 주장한 이후, 인터넷에서 거의 정설이 되어 버렸다. 그러나 그것은 『주역』에 이미 나오는 말로, 조선후기의 3대 세시풍속서인 <경도잡지>, <열양세시기>, <동국세시기>에 두루 보이고 있다. 아시다시피 ‘입춘대길 건양다경’은 ‘입춘이 되니 크게 길 할 것이요, 건강하고 밝은 마음으로 많은 경사가 있으라’는 축원의 뜻이다. 이런 설명을 해놓으면 오히려 틀렸다고 지적하고, 예의 그 모교수의 주장대로 “대한제국의 안녕을 기원한 것”이라는 수정글이 올라온다. IT강국 우리 나라의 콘텐츠의 한 단면을 보여주는 예다.


이런 유사한 잘못으로 문배(門排)가 있다. 입춘 풍속의 하나인 문배는 잡귀잡신이 집에 들어오지 못하도록 무서운 장군 그림을 대문에 걸어두는 것이다. 그 대표적인 장수가 중국의 신도(神荼)와 울루(鬱壘)였다. 그런데 여기서 ‘도(荼)’가 ‘다(茶)’와 비슷해 보여 “신다울루”라고 한 경우가 매우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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