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혁기의 《나를 찾아가는 길(혜환 이용휴 산문선)》에 혜환의 벗 권처사라는 사람이 집을 지어 “낙소(樂蘇)”라고 이름을 붙였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무슨 말인가, 의아했다. “소(蘇)”가 하찮은 풀이라는 의미가 있으니 하찮은 것을 즐거워 한다는 의미인가? 그밖에도 여러 뜻이 있는데, 다 마뜩지 않다.
그런데 혜환은 뜬금없이 이런 얘기를 늘어놓는다. 공자는 “밥은 잘 정제한 쌀로 지은 것을 선호하셨으며, 회는 가늘게 썬 것을 선호하셨으며, 잘못 익힌 음식은 먹지 않으셨다”는 것이다. 그리고는 “처사가 이를 들어서 편액을 썼으니, 육서(六書) 가운데 회의(會意)의 원리와 비슷하다”고 했다.
무슨 말인가? 송혁기가 지적했듯이 “소(蘇)”를 파자해 보면 알게 된다. 이 글자는 “땔나무(艹)에 생선(魚)과 쌀(禾)”을 조합한 것이다. 그렇다면 권처사가 즐거워한 것은 따스하게 불 때고 배불리 먹는 것이 된다. 한마디로 “잘 먹고 잘 살기”다.
혜환은 이를 “거친 음식으로는 육신을 기를 수 있지만 잘 정제된 음식으로는 인성을 기를 수 있다”는 뜻으로 풀이했다. 그리고 송혁기는 “늘 하고 사는 일상의 작은 일들 하나하나를 정밀하고 섬세하게 해 나가는 것, 여기에서 진정한 인성이 길러지는 것”이라고 했다.
그런데도 나는 ‘거친[粗] 음식’과 ‘정제된[精微] 음식’, 그리고 ‘육신[體]’과 ‘인성[性]’의 이항대립을 기꺼워하지 않으니, 양성(養性)은 애당초 그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