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네루다

by 진경환

어떻게 이런 강렬한 말들을 뿜고 엮어낼 수 있을까?시 한 편에 어쩌면 이리 많은 사람들을 불러낼 수 있을까?


젊은 사내들, 미친 아가씨들, 과부들, 젊은 마누라들, 적들, 음모꾼들, 나른한 여인들, 종업원, 이웃집 여자, 여자 꽁무니를 따라다니는 사람, 젊은 남학생들, 젊은 여학생들, 사제(司祭) , 사촌, 조카 계집애들, 의사들, 젊은 환자의 남편, 간통자...더구나 대학교수까지! 거기에 고양이들, 벌들, 파리들도...


이 많은 존재들의 웅성거림을 무슨 음악 한 곡 들려주듯 표현해낼 수 있을까?


혼자 사는 남자

(파블로 네루다)


동성애 하는 젊은 사내들과 연애에 미친 아가씨들,

정신착란으로 불면에 시달리는 많은 과부들,

애 밴 지 서른 시간쯤 되는 젊은 마누라들,

어둠 속에 내 정원을 가로지르며 목 쉰 소리로 울어대는 고양이들,

이러한 것들이, 마치 흥분한 네크리스처럼,

내 외로운 집을 둘러싸고 있다.

내 영혼에 적대하여 진을 친 적들처럼,

잠옷 입은 음모꾼들처럼,

서로 암호처럼 길고 깊은 키스를 주고받으며.

번쩍이는 여름은

살찌고 마르고 즐겁고 울적한 쌍들로 이루어진

모두 비슷하게 나른한 여인들의 무리를 이끈다;

바다와 달 가까이, 우아한 야자나무 아래로는,

실크 스타킹들을 어루만지며, 흥얼거리는 소리 들리고,

여자들의 유방들은 눈[眼]처럼 번쩍인다.

하찮은 일을 하는 종업원은 여러 가지 일이 있은 뒤,

한 주일이 지루하게 지난 뒤, 그리고 밤에는 잠자리에서 소설 읽으며 보낸 뒤

이웃집 여자를 꼭 한 번 꼬셨는데,

인제 그는 그녀를 호위해서

풋내기와 열정적인 거물급이 나오는 슬픈 영화를 보러 가서

담배냄새 나는 그의 따뜻하고 축축한 손으로

달콤함에 싸여있는 그녀의 다리를 어루만진다.

여자 꽁무니 따라 다니는 사람의 저녁들과 남편들의 밤이

두 개의 침대보처럼 같이 와서 나를 덮고,

또 저 점심 뒤의 시간 --- 젊은 남학생들과

젊은 여학생들, 그리고 사제(司祭)들이 수음을 하고,

동물들은 드러내놓고 올라타고,

벌들은 피 냄새를 풍기고, 파리들은 성이 나서 붕붕거리고,

사촌들은 조카 계집애들하고 이상한 놀이를 하고,

의사들은 젊은 환자의 남편을 격노한 눈으로 보는 시간,

그리고 또 아침 시간들 --- 대학교수는 방심한 듯

부부간의 의무를 이행하고, 그리고 아침을 먹으며,

더구나 간통자들은 바다의 정기선처럼 높고 넓은 침대에서

진짜 사랑을 하는 시간,

이 얽히고 숨 쉬는 광대한 숲이

사방에서 나를 확고히 둘러싼다 영원히

입 같기도 하고 치열(齒列) 같기도 한 거대한 꽃들로

그리고 손톱 같기도 하고 구두 같기도 한 검은 뿌리들로.

keyword
작가의 이전글낙소(樂蘇)