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아포리즘을 읽는 저녁

by 진경환


한때는 짧은 경구 아포리즘을 맹종하는 분위기를 싫어했지만, 정신이 사나운 요즈음엔 ‘짧은 반성’ 삼아 가끔 찾아 읽어보기도 한다.


대개 비슷한 시대의 사람들이어서 누가 누구의 글을 참고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명말청초 <채근담(菜根譚)>을 엮은 홍자성과 <전가보(傳家寶)>를 지은 석성금은 비슷한 말을 남겼다.


“남에게서 입은 은혜는 깊어도 갚지 않으면서, 원한은 별 것 아니더라도 반드시 갚는다. 그리고 남의 악한 일은 비록 감추어져 있어도 의심치 않으면서, 착한 일은 분명히 드러나는데도 의심한다. 이것이야말로 각박하고 천박한 것의 극치니, 절실하게 경계해야 마땅하다.”(受人之恩,雖深不報,怨則淺亦報之. 聞人之惡, 雖隱不疑,善則顯亦疑之. 此刻之極, 薄之尤也, 宜切戒之.)


“남이 선하다는 얘기를 들으면 의심부터 하고, 남이 악하다는 얘기를 들으면 덮어놓고 믿는다. 이것이야말로 마음속에 가득한 살기니, 멀리해야 마땅하다.”(聞人善則疑之,聞人惡則信之. 此滿腔殺機也, 宜遠之.)

keyword
작가의 이전글햇나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