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역 유감

by 진경환


윷과 윷판에 대해서는 대략 17세기 개성의 학자 김문표(金文豹)가 지은 〈사도설(柶圖說)〉이 상세하다. 그 첫 줄은 이렇다.


外圓象天, 內方象地. / 居中者爲樞星, 旁列者爲二十八宿.


이것을 대개 “윷판의 바깥이 둥근 것은 하늘을 본 뜬 것이고, 안이 네모난 것은 땅을 본 뜬 것이다. 하늘이 땅을 둥글게 둘러싼 것이다. 제일 가운데 있는 둥근 점은 북극성을 모방한 것이고, 그 주변에 있는 28개의 둥근 점은 28수를 본뜬 것이다.”라고 번역한 모 신문의 글을 보았다.


그런데 이상하지 않은가? 윷판의 바깥이 둥글고 안은 네모나다니? 무슨말인가? 뭘 말하려고 하는 건지 나로서는도저히 알아차릴 수 없다.


저 번역에서 문제가 되는 건 맨앞의 “윷판의”라는 말이다. 원문 어디에도 그런 말은 없다. 그건 사실은 윷 자체의 모양을 설명한 말이다. 아래는 둥글고 위는 네모난....그리고 내가 / 표시를 한 다음부터 비로소 윷판에 대한 설명이 이어진다. 가운데 북극성이 있고, 그 주위를 28개의 별자리가 자리잡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어처구니없는 잘못이 학생들, 더 나아가 지식인(심지어 교수)들에 의해 아무런 생각 없이 계속 인용에 또 재인용 되고 있다.


덧. <송도지>에 실린 윷판 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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