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마가 서쪽에서 온 까닭"을 묻자, 조주 선사는 "뜰 앞의 잣나무"라 했고, "부처란 무엇인가" 묻자 동산은 "삼[麻] 서 근"이라 대답했다.
이런 것을 <언어도단(言語道斷)>이라고 하는 모양이다. 말로는 표현할 수 없는 최상의 진리, 이심전심으로만 전수되는 진리의 본체를 가리키는 말이다. 언어로는 도저히 잘라 말할 수 없는 도(道)의 경지, 언어 바깥의 경지에 있는 도를 말한다.
이런 풀이를 듣고 다시 저 이야기들을 읽으니, 의미가 더욱 깊어 보인다. 우리 같은 범인(凡人)은 그저 어리벙벙 놀랄 뿐이다. 저 고매한 경지를 생각하면 주눅이 들기도 한다.
그런데 저 질문이 주어졌을 때, 조주의 눈 앞에는 잣나무가 보였고, 마침 동산은 삼을 달고 있었을 뿐이었을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