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트르한 둥구재'

by 진경환


이희승 선생의 《딸깍발이》 중에 〈둥구재〉라는 글이 있다. 둥구재는 “서대문 턱을 넘어서서 감영 앞 광장”에서 보이는 “과히 높지 않은 둥그스름한 산”으로 ‘금화산(金華山)’이라고도 부르는 모양이다.


일석은 이 산을 이러저러하게 묘사하고 있다. “수박 한 허리를 뚝 잘라 세워 높은 듯 이리 보 아도 둥글둥글, 저리 보아도 둥글둥글, 그저 둥글둥글하다. 나는 이 둥글둥글이 좋다. 실물이 이러하니 이름조차 ‘둥구재’가 좋다. 둥구재, 둥구재, 그 얼마나 풍만한 원융미(圓融美)가 있는가. 의미로만 그런 것이 아니라, 리듬으로도 민트르하고 원활한 맛이 있다.”


그런데 두 가지가 궁금하다.

하나. ‘민트르하다’라는 말은 처음 본다. 국립국어원에서 펴낸 《표준국어대사전》에도 나오지 않는다. 서울사투리일까?


둘. 돈의문, 곧 서대문 밖 냉천동에서 연희동으로 넘어가는 언덕길에 있다는 둥구재는 금화산 줄기가 서쪽으로 흘러내리다가 냉천동 부근에서 둥글게 말아 올린 둥구레산의 한 고개라고 한다. 둥그레산을 한자로 원교산(圓嶠山)이라고 하는데, 저 이광사(李匡師)는 그것을 자신의 호를 삼았다. 지금 어디일까?


keyword
작가의 이전글관전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