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동운부군옥』을 읽는데 속도가 나지 않는다. 번역 탓이다.
번역자는 “신학횡공(迅鶴橫空)”이라는 말을 풀이하면서 “최항(崔沆)의 필법은 진(眞), 행(行), 초(草)를 겸하지 않는 것이 없었다. 초서는 마치 빠르게 나는 학이 하늘을 가로질러 가고, 가벼운 바람이 안개를 걷는 것과 같다.”라고 했다.
그런데 이상하다. 우선 “빠르게 나는 학”이라는 말이다. 학이 빠르게 난다? 초서(草書)를 학에 비유한다? 이상해 원문을 찾아보니, ‘학(鶴)’이 아니라 ‘골(鶻)’이다. 송골매라고 해야 빠르게 난다는 말, 그리고 초서와 어울린다. 결국 “신학횡공”이 아니라 “신골횡공”을 잘못 본 것이다.
다음. 원저자인 권문해의 잘못인데, 저 이야기의 주인공은 최항이 아니다. 『대동운부군옥』이 인용한 출전은 『동국이상국집』인데, 해당 구절을 찾아보니, 주인공은 진양공(晉陽公)이다. 진양공은 나중에 최이(崔怡)로 개명하는 최우(崔瑀)이다. 최항은 최우의 서자(庶子)이다. 이런 것은 번역자가 원전을 찾아 바로잡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