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보의 글귀 중 “出入違背, 社燕秋鴻”을 “드나듦에 어그러지는 것은, 처마의 제비와 가을 기러기로다”라고 푼 글을 보았다. 출전을 “『東國李相國集』 「書」”라 했으니 편지글인 모양인데, 무슨 맥락에서 한 말인지 알기 어렵다. 편지 제목을 보니, 종의선로(鍾義禪老)라는 스님에게 보낸 글이다. 절친한 사이로 오랫동안 적조했었는데, 부고를 받고 이규보가 지은 것이다.
위에 인용한 글의 전후 맥락은 이렇다. “내가 남쪽에 벼슬하러 갈 때에 대사는 구봉(舊峯)에 갔고, 대사가 낙사(洛師)에 돌아올 때에 나는 동쪽으로 종군하여, 나오고 들어가는 것이 서로 어긋나 봄 제비와 가을 기러기처럼 되었도다.”
그런데 “社燕秋鴻”을 “처마의 제비와 가을 기러기”라고 풀었다. “社”에 “처마”라는 뜻이 있는지는 모르겠으나, 여기서 “社”는 ‘社日’을 말한다. ‘사일’은 입춘이나 입추가 지난 뒤, 다섯째의 무일(戊日)을 말하는데, 춘분의 것을 춘사(春社)라 하고 추분의 것을 추사(秋社)라 한다. 사(社)란 곧 토신(土神)을 의미하므로, 이날은 바로 토신(土神)에게 제사를 지내는 날인데, 춘사에는 곡식의 씨를 뿌리고 부지런히 일하자는 뜻에서, 추사에는 곡식의 수확을 감사하고 풍년을 기뻐하는 의미에서 제사를 지낸다.
결국 “社燕秋鴻”의 뜻은 이렇다. 제비는 춘사(春社)의 날에 왔다가 추사(秋社)의 날에 떠나가고, 기러기는 춘사의 날에 떠났다가 추사의 날에 돌아오기 때문에, 만나자마자 곧바로 헤어질 때의 표현으로 쓰게 되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