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세죽(朱世竹, 1901~1953)

by 진경환


아름답다 못해 처연하기까지 한 그녀의 모습을 볼 때마다, 좀 상투적인 말이지만, 역사의 격랑 속에서 싸우고 스러져 간 진보적인 여인의 가혹한 운명을 생각하게 된다. 그녀의 일생을 그린 영화를 제대로 만들 수 있다면 세계의 명화로 길이 남을 것이 분명한데, 아직은 때가 아닌 것 같다. (손석춘 선생이 장편소설 <코레예바의 눈물>(2016)에서 주세죽의 일생을 묘사했다고 하는데 아직 읽어보지는 못했다.)


각설. 모처럼 이런 생각 저런 궁리를 하다가 정병준 의 <현앨리스와 그의 시대>를 집어 들었다. 이 책은 한 장의 유명한 사진으로 시작한다. 인터넷 상에서 ‘1929년 모스크바 레닌학교 동창들의 모임, 특히 호치민의 등장’으로 들끓었던 바로 그 사진이다.


그러나 정병준의 연구에 따르면, 이 사진은 1921년 겨울 경 상해에서 대부분이 20대 초중반의 조선 젊은이들을 찍은 것이다.(아마 화동한국학생연합회 모임 기념?) 앞줄 가운데가 박헌영(1900~1956)이고, (첫 번째 사진) 둘째 줄 맨 오른쪽이 주세죽이며, 그 옆이 현 앨리스(1903~1956)이다. 끝 줄 맨 왼쪽은 호치민이 아니고, 박헌영 오른쪽도 김단야가 아니라는 게 정병준의 설명이다.


현 앨리스는 미국과 북한에서 모두 간첩죄를 선고받았고, 1956년 평양에서 사형 당했다. 대단히 특이한 사례다. 그의 남동생 피터 현(1906~1993, 사진 첫 줄 맨 오른쪽 소년)의 활동과 증언도 소중한 자료로 보인다. 그의 <만세>라는 책이 2015년에 번역 출간되었다.


두 가지를 첨언한다. 박헌영은 호를 ‘이정(而丁)’이라 쓴바, 그것은 1920년대 초반 상해에서 같은 노선과 지향을 가진 인사들이 고무래 정(丁) 자를 호로 쓴 것과 관계가 깊다. 그리고 박헌영의 아들인 원경 스님(전 신륵사 주지)에 따르면, 현재 유통되는 첫번째 사진은 좌우가 뒤집혀진 것이다. 그에 따르면 두 번째 사진이 원본이다.


덧. 왜 호치민이 언급되었느냐 하면, 사진 뒷면에 ‘胡志明’이라고 씌어져 있었기 때문이라는 것이 사진 원본을 복사한 원경 스님의 전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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