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석 이희승의 <딸깍발이>는 이렇게 끝이 난다.
“지식인은 너무 약다. 전체를 위하여 약은 것이 아니라, 자기중심, 자기 본위로만 약다. 백년대계를 위하여 영리한 것이 아니라 당장 눈앞의 일, 코앞의 일에만 아름아름하는 고식지계(姑息之計)에 현명하다. 염결(廉潔)에 밝은 것이 아니라 극단의 이기주의에 밝다. 실상 이것은 현명한 것이 아니요, 우매하기 짝이 없는 일이다. 제 꾀에 제가 빠져서 속아 넘어갈 현명이라고나 할까."(‘현대인’을 ‘지식인’으로 고쳐 보았다.)
‘고식지계’는 근본적인 해결이 아니라 잠시 모면하려고 내놓는 계책을 말한다. 당장 어려운 상황을 잠시 피해 보려는 일시적인 방책 말이다. 비슷한 말로 ‘동족방뇨(凍足放尿)’가 있다. ‘언 발에 오줌 누기’ 언 발에 오줌 누면 당장은 따뜻할지 모르지만, 곧바로 얼어버리고 만다.
지식인은 겸손을 모른다. 지식인 자리가 무슨 특권이라도 되는 양, 건방을 떠는 경우가 많다. 간혹 겸손한 분도 만나지만, 그 경우도 대개는 위선일 때가 적지 않다. 지나치게 겸손한 사람도 보게 되는데, 그야말로 과공비례(過恭非禮)의 아부꾼이기 십상이다. 힘이 좀 있다 싶으면 슬슬 길 준비가 되어 있다. 종기의 고름을 빨고 치질 앓는 밑을 핥는다는 연옹지치(吮癰舐痔)가 과히 과장만은 아닌 경우도 간혹 봐 왔다. 반대로 힘없는 사람에게는 글자 그대로 무자비하게 냉정하고 끝 모르게 위세를 떤다.
‘건방’을 얘기했지만, 그것은 대개 단정해서 말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그들에게 “혹시 이렇지 않을까요?”라든가 “저는 이렇게 생각하는데, 어찌 보시는지요?” 따위는 실력 없는 자들의 둔사(遁辭)일 뿐이다. 그래서 그들은 항상 “이거다”라고 못을 박는다. 그들은 또 말을 함부로 내뱉는다. 강하게 그리고 유식하게 보이려는 수작일 경우가 많다. 대개 뿌리 깊은 열등감이 그들로 하여금 그런 언행을 자행케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