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通)

by 진경환


<대동운부군옥>을 보니, 통 자와 관련하여 예시한 '색즉통(塞則通)'이라는 말과 그 용례가 눈에 띈다.


* 색즉통(塞則通) : 이규보가 일찍이 색동(塞洞)이란 고을에 살았는데 말하기를, “막히면 곧 통하게 되는 것은 음양의 뻔한 이치다”라 하고, 고을 이름을 고쳐 '천개(天開)'라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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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塞’ 자는 변방의 의미일 때는 ‘새옹지마’처럼 ‘새’로 읽고, 막힌다는 뜻일 때는 ‘색’으로 읽는다. ‘비색(否塞)’이라 하면 운수가 꽉 막혔음을 말한다. “통태(通泰)가 극(極)에 이르면 반드시 비색해지니, 비괘(否卦)가 이 때문에 태괘(泰卦) 다음이 된 것이다”에서 보듯이, 이 말은 『주역』에 나온다.


‘색동’이라는 마을 이름은 의외로 많이 발견된다. 저수지나 계곡 등 물줄기를 막은 곳은 대개 이름이 ‘마근골’ 혹은 ‘마근담’이다. 여기서 말하는 색동은 아마 산청의 지명인 듯하다. 마을 이름을 '색동'에서 '천개(天開)'로 고친 이규보도 참 멋지다.


‘색즉통’은 이규보가 창안한 말이 아니고 『주역』에 나온다. 위기가 곧 기회라는 말과 통할 것이다. 지금 이 나라가 처한 상황에서 우리가 지녀야 할 마음 자세가 되어야 할 ‘말씀’이 아닐 수 없다. 역시 『주역』에 나오는 이 말도 함께 기억한다. “궁즉통, 통즉변, 통즉구(窮則變 變則通 通則久)” 궁하면 변하고, 변하면 통하고, 통하면 오래간다.


신영복 선생님의 글씨도 멋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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