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율배반

by 진경환

어느 진보 인사 A를 열렬히 지지하고 응원하는 자칭 진보 인사 B의 근래 처지가 매우 난처한 모양이다. 진보도 좋지만 실현가능한 정권교체만이 살 길이라면서 민주당 지지에 몰두하는 B로서는 "(민주노총은) 민주당 위성정당에 참여한 진보당 지지를 철회하라"는 A의 주장이 마뜩지 않았을 것이다.


진보를 표방하면서도(나는 민주당을 진보라고 말하는 것이야말로 이 땅의 비극이자 희극이라 여긴다.) 현실적으로 어쩔 수 없지 않느냐면서 수십 년 간 선거 때마다 민주당에 비판적 지지를 보내온 B가 평생을 사회주의 실현을 위해 애쓰는 A를 지지하고 옹호한다는 것이야말로 소위 비판적 지식인의 전형적인 허위의식이라 아니 할 수 없다.


옛날에 놀부는 두 손에 떡을 들고 가난뱅이를 등쳤다고 했다. 한 편으로는 정통 진보를 옹호하고 서로 같은 편임을 자랑하면서 다른 한 편으로 민주당의 승리야말로 지상과제라고 떠벌이는 그 이율배반만큼 유치한 것도 없을 게다.


* 이 글은 특정 정파를 지지하고 비판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다. 허위의식에 빠져 이율배반적 태도를 여지 없이 보이는 자칭 진보주의자의 허상에 대해 말한 것이다. 참고로 그때그때 사안별로 입장을 달리하는 건 참 진보라 할 수 없다. 정통 진보에게 원칙은 목숨과도 같은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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