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는 집을 지은 후 그 이름을 쓴 편액을 걸었다. 물론 ‘있는 자’들의 습속이다. 나야 가진 게 없고 재주도 없어 집을 새로 짓고 당호를 내걸겠다는 생각조차 하지 못하고 살지만, 간혹은 그런 꿈을 꾸어 본 적도 있었다.
한때 은밀히 당호로 ‘홀라당(忽裸堂)’을 생각해 두고 있었다. ‘내 집에 들어오는 자들은 모든 가식과 허위를 훌훌 털어버리라’는 말이다. 그 핑계로 술도 한 잔 기분 좋게 털어 넣을 수 있지 않겠는가. 물론 옷을 벗어도 나는 전혀 개의치는 않을 것이다.
각설. 옛날 허균의 조카 허친이라는 사람이 집을 짓고서 통곡헌이라는 이름의 편액을 내 걸자, 사람들이 크게 비웃었다. 허친의 대답은 이러했다. “나는 이 시대가 즐기는 것은 등지고, 세상이 좋아하는 것은 거부한다. 이 시대가 환락을 즐기니 나는 비애를 좋아하고, 이 세상이 우쭐대기를 좋아하니 나는 울적하게 지낸다. 세상에서 좋아하는 부귀나 영예를 나는 더러운 것인 양 버린다. 비천함과 가난, 곤궁함과 궁핍이 있는 곳을 찾아가 살고 싶고, 하는 일마다 이 세상과 어긋나고자 한다. 세상에서 제일 싫어하는 것이 통곡하는 것이니, 나는 곡(哭)이라는 이름을 내세위 내 집 이름을 삼았다.”
글 깨나 읽은 자라면 적어도 이런 기개 정도는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