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변(古今辯)

by 진경환


예전 소위 글 읽는 선비는 세상의 혼란을 자기 탓으로 돌렸다. 세상이 잘못 돌아가는 건 자신이 못났거나 제 역할을 다하지 못해서였다고 자책하는 인간이 선비였던 것이다. 물론 이념적으로 그랬다는 말이다.


매천 황현이 <단명시(短命詩)>에서 "난작인간식자인(難作人間識字人)", 곧 인간세상 글 아는 사람 노릇 참으로 어렵다고 한 것은 그 선비정신의 한 전형을 보여준다.


요즘 글 꽤나 읽는다는 이들은 어떠한가? SNS에 올린 글들을 보면, 대체로 두 가지 양태를 보이는 것 같다. 하나는 모든 일에 나서기를 좋아한다는 것이다. 모르는 게 없다. 단정도 빠르고 확신에 차있다. 그러나 '쎄게' 주장만 해댈 뿐 그 근거를 제시하는 데는 대단히 인색하고, 더구나 자기 말과 글에 일체 책임은 지려 하지 않는다. '아니면 말고' 식이다. 그래서 더 말이 많아지는지도 모른다. 말로 진 빚을 말로 갚으려 하기 때문인 것 같다.


둘은 모든 말을 자기에게 하는 말로 단정한다는 점이다. 그래서 어떤 말에든 과잉 반응을 보인다. '발끈'은 그의 장기이자 특기이다. 그러니 '오버'를 일삼고 그걸 외려 자랑스레 여긴다. 대단한 독립투사인 양 으스댄다. 조금 여린 자들은 비아냥이나 궁시렁으로 보상받으려 하는데, 그들의 가녀린 목에는 핏대가 잔뜩 서있다.


要. 고금의 선비 모두 자기에게 과도하게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는 점에서 상동성이 있다. 자의식의 과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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