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관(史觀), 배제와 선택

by 진경환

'하버드 대학의 고전수업 강의안'이라는 선전으로 재미를 본(?) 『열린인문학강의』라는 책 을 살펴보니 <프랑스혁명의 역사들>이라는 소제목에 이런 글이 있다.


“프랑스혁명에 관한 흥미로운 사실은 따지고 보면 이상할 것도 없지만, 이 혁명을 다룬 훌륭한 역사책이 별로 없다는 것입니다. 눈에 띄는 것은 각각 미슐레, 칼라일, 텐의 책입니다. 오랫동안 이 세 권 모두 지적이고 예술적인 걸작으로 여겨져 왔지요. 그러나 오늘날에는 사실에 대한 서술로 보나 문학적 기법으로 보나 그 안에 담긴 심성(mentality)으로 보나 이 중 어느 하나도 온전히 만족스럽지 않습니다. 그런데도 프랑스혁명에 대한 탁월한 역사책이 조만간 나타날 기미는 전혀 없습니다. 오히려 역사가들은 점점 더 무수히 많은 사소한 사실이나 다양한 측면에 몰두하고, 그런 부분에 노력과 재능을 쏟을 만한 주제를 찾고 있지요.”


이 부분, 특히 프랑스 혁명을 다룬 훌륭한 역사책이 별로 없다는 언급은 받아들이기 어렵다. 우선 알베르 마띠에의 『프랑스革命史』(상,하)와 알베르 소부울의 『프랑스대혁명사』(상,하) 그리고 비록 논문의 형태이기는 하지만, 맑스의 글들은 왜 언급하지 않았는지 모르겠다. 특히 맑스의 글들 중에서 ‘프랑스에서의 계급투쟁’, ‘루이 보나파르트의 브뤼메르 18일’, ‘프랑스 내전’의 경우는 대단히 문제적인 역사서술이라고 생각하는데 말이다.


이건 전적으로 사관 때문이라 생각한다. 『열린인문학강의』의 저자에게 맑스와 마띠에 등의 관점은 역사 해석에서 무의미하다고 판단한 것 같다. 그래도 프랑스 혁명을 다룬 역사책이 별로 없다고 단언하는 건 사려깊지 못하다. 이 책을 읽은 독자들이 그것을 사실로 받아들일 수 있다는 점에서 이 책은 무책임하다.


덧. 맑스의 위 세 논문은 소나무 출판사에서『프랑스 혁명사 3부작』이라고 해서 묶어냈는데, 1987년이었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윌리엄 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