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열증

by 진경환

야당의 모 국회의원이 여당으로 적을 바꾸면 철새라고 쌍심지를 켜고 욕을 퍼부어대면서, 친여의 모 인사가 야당으로 적을 옮기면 쌍수를 벌여 칭찬을 아끼지 않고 그 결단을 높이산다고 하는 그 작태는 분열증으로밖에 설명이 안 된다. 그것도 배웠다는 사람이, 특히 진보를 자처하는 자가 아무런 부끄러움도 없이 그런 너절한 짓을 서슴지 않는 것은 그야말로 꼴불견이 아닐 수 없다. 아무리 선거철이고, 우선 이기고 봐야 한다는 세태지만, 그래도 금도는 좀 지켜야 면이 서지 않겠는가.


이참에 하나 생각해 볼 일이 있다. 이렇듯 이 당 저 당을 쉽사리 넘나든다는 것은 사실 두 당의 이념지향이 크게 다르지 않음을 말해준다. 이땅에서 시방 여당이나 야당이나 실질적으로 보수정당이라는 점, 그래서 정책상의 차이가 그리 크지 않다는 점을 솔직하게 인정하기란 그리 쉬워보이지 않는다. 이 점을 인정할 때 진정한 진보당이 출현할 수 있다. 지금처럼 보수이면서 진보를 자처하는 정당이 위세를 떨치고 있는 한 새로운 정치질서나 체제는 이루어질 수 없다.


덧. 야당 출신 국회부의장이 자당에서 공천 탈락한 후 즉시 여당으로 당적을 옮긴 걸 두고, '왜 하필이면 여당이냐, 야당과 연관이 있는 위성신당들 중 하나로 가지 않고 말이다. 그건 패착이다'라는 식으로 말하는 정치학자를 보았다. 왜 야당이든 여당이든 보수정당이어서 서로 넘나들기 불편하지 않을 것이라는 해설은 내놓지 못하는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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