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字다. 어릴 적에 못나고 너절하게 구는 내게 아버지가 꾸짖던 말씀은 늘 ‘잔망(孱妄)스러운 자식’이었다. 표준국어대사전에는 “얄밉도록 맹랑함. 또는 그런 짓”이라고 풀이했지만, 내게는 부족한 설명이다.
거기에는 잔약(孱弱), 곧 “가냘프고 약하다”는 물론이고, ‘잔미(孱微)’, 곧 ‘변변치 못하다’는 뜻도 들어 있다. 뿐만 아니라 ‘비미(卑微)’, 말하자면 ‘천하고 상스럽다’는 의미도 함께 있다. 참으로 보잘것없다는 ‘비천(卑賤)’의 뜻도 있는 것이다.
이렇게 보니 아버지가 나를 잘 보고 꾸짖으신 것 같다. 요즘 잘 쓰는 말로 ‘찌질하다’고 하신 것이다. 어머니가 가끔 ‘자발스럽다’고 한 말씀도 대개는 비슷한 의미 같다. ‘보기에 가볍고 방정맞다’는 것이다.
언제나 좀 철이 들어 어른이 될는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