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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탐(食貪)

by 진경환


사전에서는 "먹을 것을 몹시 탐냄"이라고 풀이한다. 여기서 '몹시'도 중요하지만 '탐'에 주목해야 한다. '탐'은 "무엇을 가지거나 차지하고 싶은 마음"으로 풀이하지만, 뭔가 부족하다.


'식탐'이란 말을 제대로 이해하려면 '탐'에 대해 좀 더 깊이 알아야 한다. '삼독(三毒), 곧 '탐진치(貪瞋癡)'의 하나라는 것!

마음에 맞지 않는 경계에 부딪쳐 미워하고 화내거나 삐치며(瞋), 사리(事理)를 바르게 판단하지 못하고 단견이나 선입견에 휩싸이는 어리석음(癡)과 함께 이 '탐'이 있는 것이다.


쉽게 말해 '탐'은 '탐욕', 곧 지나치게 탐하는 욕심인데, 그것은 몸과 입과 마음으로 짓는 열 가지 죄악인 십악(十惡) 중 하나이다.


혹자는 이 '식탐'을 그저 먹는 것을 좋아해 좀 무리를 해서라도 많이 먹는다는 식으로 이해하고 너그럽게 받아들일지 모르지만, 그것은 한참 잘못 생각한 것이다. '식탐'은 단지 먹을 것을 몹시 탐낸다는 정도의 의미를 훨씬 넘어선다. '식탐'이 있는 사람을 잘 관찰해 보면, 그가 단지 먹을 것에만 집착하는 데에서 그치지 않고 여러 면에서 두루 탐욕을 드러낸다는 걸 알 수 있다. 그 과도한 욕심이 단지 '먹는 것'에만 한정되어 있지 않다는 것. 다른 욕심은 없고 식탐만 있다는 건 현실에서 존재하기 어렵다!


그리고 '식탐'이 있는 자들은 대개 자기애가 대단히 강하다. 그래서 어떨 때는 우월감에 빠지고 또 어떨 때는 극심한 열등감에 휩싸인다. 물론 그 열등감은 보통 '복수의 염'으로 나타나기 십상이다. 무엇보다도 확증편향이 심해 자신이 선입견이나 편견에 빠져 있다는 것을 알아채지 못한다.


그런데 그는 어떤 자리에서는 그것을 숨기려고 부단히 애를 쓴다. 그래서 어떤 사람들은 그가 탐욕스럽다는 것을 눈치채지 못한다. 그런 면에서 그는 이중생활의 달인이다. 그러나 그 생활이 길어질수록 그의 정신과 마음은 파탄날 수밖에 없다. 그리고 그 폐해는...


다소 과격하게 또는 지나치게 말한 것 같지만, 여하튼 '식탐'이 있는 사람을 경계해야 할 이유는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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