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기를 좋아하는 자는 사람들에게 자신을 낮추는 것을 비굴하다고 여기고, 순서를 무시하고 건너뛰는 것을 걸출하다고 여기며, 상대에게 양보하는 것을 치욕으로 여기고, 윗사람을 무시하는 일을 높이 뛰어났다고 여긴다. 그래서 자기 마음대로 과격하게 밀어붙이고 스스로 돌이킬 줄 모른다[好勝之人 (…) 以下衆爲卑屈, 以躡等爲異傑, 以讓敵爲迴辱, 以陵上爲高厲. 是故抗奮遂往, 不能自反也].”
조조의 인사참모를 지낸 유소라는 이가 『인물지』에서 한 말이다.
“스스로 돌아볼 줄 모른다”는 마지막 구절이 ‘끝까지 반성하지 않을 때 절망이 온다’고 한 김수영의 시 <절망>을 불러온다.
풍경이 풍경을 반성하지 않는 것처럼
곰팡이 곰팡을 반성하지 않는 것처럼
여름이 여름을 반성하지 않는 것처럼
속도가 속도를 반성하지 않는 것처럼
졸렬과 수치가 그들 자신을 반성하지 않는 것처럼
바람은 딴 데에서 오고
구원은 예기치 않는 순간에 오고
절망은 그 자신을 끝까지 반성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