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씁쓸해 투덜대는 밤

by 진경환


끝까지 포기할 수 없는, 포기해서는 안 되는 교육 현장이 아니라면, 인생의 어느 단계에서 한번쯤은 누군가를 포기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처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인간관계에서 가장 마지막으로 해야 하는 것이 포기다. 더이상 같이 가거나 함께 할 수 없을 때 그와의 관계를 끊게 된다.


오랫동안 알아왔던 사람이 나와의 관계를 끊어버린 모양이다. 간접적으로 알게 되었다. 어려울 때 서로를 위로하고 감싸주던 사이였고, 특히 그가 근래 보통사람은 겪지 못할 비참한 일을 당했을 때, 그것을 마치 내 일처럼 여기고 자그마하나마 힘이 되어주려고 애를 썼는데, 무엇이 틀어졌는지 매몰차게 등을 돌렸다. 남들에게 알리거나 밝힐 수 없는 일들을 줄곧 내게 털어놓고, 그렇게 하면서 그가 어려움을 조금씩 이겨내고 있었다고 믿었는데, 이제는 소용가치가 떨어진 모양이다.


어쩔 수 없는 일이지만, 그래도 안타깝고 애처롭고, 어쨌든 마음이 편치 못하다. 인생에서 견디기 어려운 충격적인 사건을 겪고 마음과 정신에 큰 타격을 입었으니, 그럴만도 하다고 여기고 있다. 부디 어려운 시절 잘 이겨내고 굳건히 일어서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좋은 계절이 오고 있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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