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의 평론 혹은 에세이의 첫 문장은 강렬한 주장으로 시작한다. 예컨대 김수영의 <거대한 뿌리> 해설의 첫 문장은 "김수영의 시적 주제는 자유이다"이고, 최인훈의 <광장>의 그것은 "정치사적 측면에서 보자면 1960년은 학생들의 해이었지만, 소설사적 측면에서 보자면 그것은 <광장>의 해이었다고 할 수 있다"이다.
기형도의 죽음을 두고는 이렇게 썼다. "어느 날 저녁, 지친 눈으로 들여다본 석간신문의 한 귀퉁이에서, 거짓말처럼, 아니 환각처럼 읽은 짧은 일단 기사는, <제망매가>의 슬픈 어조와는 다른 냉랭한 어조로, 한 시인의 죽음을 알게 해 주었다. 이럴 수가 있나, 아니, 이것 거짓이거나 환각이라는 게 내 첫 반응이었다."(<입 속의 검은 잎> 해설)
그의 주장과 정서적 반응이 적절한지에 대해서는 여기서 말하지 않기로 한다. 다만 자신이 말하고자 하는 바를 강렬하게 그리고 솔직하고 드러냈다는 점만은 높이 살 수 있을 것이다.
잡문 하나를 끄적이다가, ‘나는 첫 문장을 어떻게 시작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문제는 첫 문장이 아니라 무엇을 어떻게 말하고자 하느냐일 것이다. 도대체 나는 무엇 때문에 이따위 잡문을 쓰려고 하고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