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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경환 Mar 24. 2024

개성말 셋


[1] 더리적다


“서울서는 별로 안 쓰는 말인데 개성사람이 많이 쓰는 말 중 ‘더리다’가 있다. ‘더리다’를 강조하기 위해 ‘더리적다’, ‘지더리적다’라고도 하는데, 주로 자기가 한 작은 선행이나 자선을 오래 마음에 두고 보답을 바라거나 공치사를 하고 싶어하는 구질구질하고 산뜻하지 못한 인품을 딱하게 여길 때 그런 표현을 썼다.” 개성 출신인 박완서 선생의 말이다. 나도 부모님이 모두 개성 출신이어서 어릴 때부터 자주 들어온 말이다. 특히 아버지가 나를 꾸짖을 때 많이 하셨다. “더리적은 저석 같으니라구...”


[2] 너절하다


우리 아버지가 늘 하시던 꾸짖음이었다. 어느 사전 풀이를 보니 “하찮고 시시하다.”라고 되어 있다. 예문은 이렇다. “그런 너절한 인간과는 상대하지 말라.” “하찮다”가 “대수롭지 않다”란 뜻이고, “시시하다”가 “좀스럽고 쩨쩨하다”란 의미니, “너절하다”라는 말을 그런대로 잘 묘사한 것 같다. 그런데 그것만으로는 좀 부족하다. 우리 아버지 용례를 생각해 보면, 거기에는 “한심하다”거나 “안쓰럽다”거나 “졸렬하다”거나 “누추하다”거나 “비루하다”는 등등의 뜻이 더 들어 있다. 그 두께가 다른 것이다.


이상은 “개성말”이라기보다는 개성에서 주로 쓰는 말인데 반해, “차살머리없다”는 개성말인 듯하다.


[3] 차살머리없다


우리 어머니가 주로 쓴 말이었다. 대개 실없이 까불대는 이를 꾸짖을 때 하신 것 같다. ‘차살’이 무슨 의미인지 <표준국어대사전>에도 등재되어 있지 않아 확언하기 어렵지만, 요즘 식으로 하면 “깐족거리다”라는 뜻에 가까운 것 같다. “깐족대다”는 쓸데없는 소리를 밉살스럽고 짓궂게 달라붙어 계속 지껄여댐을 말한다.  


* 활용 : “차살머리없이 나대는 더리적은 사람 치고 너절하지 않은 사람은 없다.”


* 덧. 그렇다고 우리 부모이 늘상 이런 험한 말만 하신 것은 아니다. 늘 "경우 없는 자들"을 경계하셨으니 말이다. " 경우 없는 자들"이 너무도 많은 세상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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