웅어(熊魚)

by 진경환


잘 나갈 때 먹었던 음식들을 기억하며 귀양지 함열에서 지은 『도문대작(屠門大嚼)』(‘푸줏간 문 앞에서 크게 씹어본다’는 뜻)에서 허균이 웅어를 준치라 하면서 “한강에서 나는 것이 가장 맛이 좋다. 호남에서는 2월이면 잡히고, 관서 지방에서는 5월에야 집힌다.”고 한 것은 잘못이다. 웅어는 봄철에 기수역(汽水域), 곧 민물과 바닷물이 만나는 곳에서 잡히는 물고기다. 워낙 맛이 좋아 임금이 독차지했는데, 한강이 바다와 만나는 행주호에 아예 위어소(葦魚所)를 설치했다. ‘위어’는 갈대에 사는 물고기라는 뜻으로 웅어를 달리 부르는 말이다. 금강 하구, 특히 논산과 부여 등지에서는 웅어를 '우어' 혹은 '우여'라 불렀다.


2000년 봄 부여에서 처음으로 우여회를 먹었다. 잔뜩 기대를 해서인지 막상 먹어보니 별맛이 없었다. 그저 오이, 당근 등 채소와 함께 고춧가루, 고추장 양념에 버무린 잡선생회에 불과했던 것이다. 요리를 잘못해서 그런가 했는데, 논산에 가서 먹어도 마찬가지였다.


그런데 빙허각 이씨가 1809년에 지은 『규합총서(閨閤叢書)』를 보니 요리법이 달랐다. “웅어회는 풀잎같이 저며 종이 위에 놓아 물과 기름을 뺀 후 회를 쳐야 한다”고 했다. 1924년 이용기가 펴낸 『조선무쌍신식요리제법(朝鮮無雙新式料理製法)』에서는 “굵은 것은 뼈가 거세어 회에 마땅치 않고 작은 것이라야 대가리 따고 비늘 긁고 엇쓸어 막걸리에 빨거나 참기름에 무치거나 하여 초고추장에 찍어먹으면 고소한 맛이 일등”이라고 했다.


점심으로 복지리를 먹으러 강경에 갔더니, 메뉴판에 우어회가 보인다. 예의 그 벌겋게 무친 웅어회가 아니라 『규합총서』 등이 소개한 요리법에 따라 웅어회를 만들어 먹어보고 싶다. 바다와 만나는 반도 남반부의 모든 강이 둑으로 막혀 웅어를 접하기도 쉽지 않아 불만인데, 요리마저도 그 모양이면 곤란하지 않겠는가.

keyword
작가의 이전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