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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경환 Apr 06. 2024

당시(唐詩) 다시 읽기

《당시 읽기》(요시까와 코오지로오, 미요시 타쯔지 지음, 심경호 옮김, 창작과비평사, 1998)를 흥미롭게 읽고 있다. 요시까와 코오지로오(吉川行次郞, 1904~1980)의 두보 시 해설은 역시 명불허전이다.  

    

강월거인지수척(江月去人只數尺)

풍등조야욕삼경(風燈照夜欲三更)

사두숙로연권정(沙頭宿鷺聯拳靜)

선미약어발랄명(船尾跳魚撥剌鳴)      


두보의 <만성(漫成)>이란 시다. 심경호의 번역은 이렇다.   

  

강 달은 머리 위 서너 자

풍등은 밤을 비춰 이제 곧 삼경

모래톱에 해오리는 가만히 웅크렸고

이물에는 고기 튀어 철버덕 소리      


여기서 전구(轉句)의 ‘연권(聯拳)’은 주석가들이 ‘해오라기들이 나란히 늘어선 모습’이라고 풀이했지만, 요시까와는 ‘웅크리고 있는 모습’이라 했다. 그 근거로 ‘연권수(聯拳睡)’를 들었는데, 그것은 사람이 몸을 새우처럼 구부리고 잠자는 모습이라는 것이다. 그렇게 해야 결구(結句)의 ‘발랄(撥剌)’, 곧 ‘철버덕 소리’와 자연스레 어울리게 된다.      


그런데 요시까와는 “연권, 발랄이라는 어휘는 둘 다 같은 모음으로 끝나는 아노매토피아, 즉 의성어이다”라고 했다. 사소하지만 몇 가지 걸리는 데가 있다. 우선 ‘연권’과 ‘발랄’이 같은 모음으로 끝나는가 하는 점이다. 찾아보니 ‘聯拳’의 발음은 [lián quán]이고, ‘拨剌’은 [bōlà]인데 말이다. 다음, ‘발랄’이 의성어로 쓰인 것은 알겠는데, ‘연권’은 의태어가 아닌가 하는 점이다. 일본에서는 의성어와 의태어를 구분하지 않는지 모르겠다. 마지막으로 ‘아노매토피아’가 무슨 말인가 하는 점이다. 찾아보니 의성어를 나타내는 그리스어 onomatopeia의 프랑스어 버전 onomatopee를 オノマトペ (오노마토페)로 쓴다고 한다. 그렇다면 ‘아노매토피아’라고 해야 할 것 같다.


덧. 요시까와는 중국시를 온당히 이해하려면 중국인의 사유와 심리양식에 통해야 한다면서 일본식 훈독을 버리고 중국어로 읽어서 원문의 어감과 의미를 직접 터득할 것을 강조했는데, 천 번 만 번 지당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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