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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경환 Apr 06. 2024

사실과 의견

첨부한 데이터는 OECD 자료이니 어느 정도 믿을 수 있을 것이다. 그동안 우리나라는 “IT강국”이라고 떠들어 왔는데, 결과는 이 모양 이 꼴이다.


특히 “사실과 의견”에 관한 한 정확한 지적이라고 생각한다. 사실과 의견을 정확히 갈라서 생각하고 말하는 연습은 저학년 때부터 계속해 몸에 젖어들게 해야 한다. 우리는 불행하게도 그런 훈련을 받은 적이 거의 없다. 대부분의 어설프면서도 격렬한 논란은 어디서부터 어디까지가 사실이고 무엇이 의견인지를 구분하지 못하는 데서 생겨난다. 자기의 생각이나 의견에 지나지 않는 것을 사실이라고 단정하고 확신할 때, 토론은 분노와 증오의 싸움판이 되어 버리고 만다.


사실과 의견, 믿음, 편견은 정확히 구분해야 한다.

<1> 우리가 말하거나 글을 쓸 때 대개 사실(fact), 의견(opinion), 믿음(belief), 그리고 편견(Prejudice)에 입각해 주장한다.

<2> ‘사실’은 검증할 수 있다. 에베레스트는 제일 높은 산이라는 진술은 사실에 대한 표명이다. 그런데 ‘사실’은 거기에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다면 그 자체로는 별 의미가 없다.

<3> “사형은 합법적인 살인이다”와 같은 말은 관점의 표현이라는 점에서 ‘의견’이다. 그 자체만으로 ‘의견’은 설득력이 부족하다.

<4> ‘믿음’은 문화적 혹은 개인적인 신앙, 도덕성, 혹은 가치에 기반한 신념이다. 이런 믿음은 이성적이거나 논리적인 방법으로는 반박하거나 심지어 논쟁이 가능한 것이 아니다. 믿음은 논쟁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논문이나 공식적인 토론으로는 사용할 수 없다.

<5> ‘편견’은 부적절한 혹은 검증되지 않은 증거에 기반한 설익은 의견이다. ‘믿음’과 다르게 ‘편견’은 ‘사실’에 근거한 반박이나 논쟁으로 검증할 수 있다.  


저급한 사회일수록 그것이 자기의 의견인지 사실에 대한 진술인지 대단히 모호하다. 자기가 갖고 있거나 신봉하는 의견을 사실이라고 밀고 나가는 사회에서는 진정한 소통이 불가능하다. 쉽게 말해서 목소리 큰 놈, 힘센 놈, 나이 많이 먹은 놈 등의 어거지가 무조건 이긴다.


프랑스 같은 나라에서는 어릴 때부터 사실과 의견을 구분 짓는 연습을 많이 시킨다고 한다. “그것은 누구나 인정하는 사실이다” 혹은 “그것은 당신의 의견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철저히 나누어 생각할 것을 요구한다는 것이다. 우리는 이런 교육이 안 되어 있어서, “강한 의견”이 곧바로 “사실”로 치부된다. 자기에게 조금이라도 기분 나쁜 의견을 제시하면, 그놈은 곧장 아주 나쁜 인간이라고 기정사실화해 버리는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하나의 의견에 대한 다른 의견에 지나지 않는다.


이런 이야기는 더 이상 하고 싶지 않지만, 시방 이 나라를 결딴내고 있는 ‘진영론’도 따지고 보면 무엇이 사실이고 무엇이 의견인지조차 구분하지 못하는 데에서 비롯된 것이다. 거기에는 지식인이든 아니든 문제되지 않는다. 아니 오히려 배웠다는 이들이 더욱 진영론에 빠져 온갖 추악한 논리를 내세우고 있다. 투표일이 다가오니 더욱 가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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